2005. 12. 『민족문화연구』 43


한국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연구


김   현1)


1. 머리말

2. 인문지식 정보화의 목표

  1) 지식정보화론의 대두

 2) 지식 순환 모델의 이해

  3) 인문지식 정보화의 적용 영역

3. 인문지식 정보화를 위한 기술, 그 운용 주체

  1) 지식 결합의 수단으로서의 정보화

  2) 지능적 지식 검색 시스템 개발 동향

  3) 인문지식을 위한 정보기술

4. 인문계 정보기술 인력의 직업 기회와 전문성

  1) 정보산업 분야의 인문계 직업인

  2) 인문계 정보산업 종사자의 직업 전망

  3) 인문계 정보기술 인력의 경쟁력 제고 방안

  4) 인문정보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5. 인문정보학 대학원 과정 교육 프로그램

  1) 교육 대상 및 학습 목표

  2) 커리큘럼 개발 시안

  3) 교수진 구성 방안

6. 맺음말



1. 머리말


  본 연구의 목적은 정보기술을 매개로 전통적인 학술․문화 자원을 현대적인 지식 정보 자원으로 편찬․가공할 수 있는 ‘한국학 지식 정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원 과정의 학제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데이터의 정보화 방안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도되었으나, ‘인문 분야에서의 컴퓨터 활용’이라는 주제부터가 생소하게 여겨졌던 당시로서는 그와 같은 선도적 연구가 실천적인 연구․개발로 이어지지 못하였었다.2)

  인문학계, 특히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접목이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로서 인식하게 한 계기는 1995년에 당시로서는 첨단 정보 유통 매체였던 CD-ROM 형태로 만들어진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베이스’의 개발3)이었다고 생각한다. 300 페이지 책 413 권 분량의 『국역 조선왕조실록』본문을 3장의 CD-ROM에 수록한 이 데이터베이스는 조선시대 역사 연구자는 물론 대중 교양물의 작가,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자료 조사의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정보 콘텐츠가 매우 유용하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인문분야의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정보기술의 수혜자라고 생각했을 뿐, 스스로 인문 지식을 디지털화 하는 등 정보기술의 운용 주체가 되어야 할 필요성에까지 인식을 넓히지는 못하였다고 보여진다.

  인문계 대학 졸업자나 대학원 학생들이 이른바 ‘정보화’ 사업에 대거 참여함으로써 정보기술의 운용에 다가서게 된 계기는 1998년 이후 정부 주도의 ‘공공정보화근로사업’4)이라고 불리는 정보 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서였다. 이 사업은 공공기관에서 대규모 정보 콘텐츠 개발 계획을 세우게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들을 임시직으로 채용하여 데이터 입력 업무를 수행하게 한 것이었는데,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민족문화추진회, 서울대학교 규장각등이 이 사업에 참여하여 한국학 연구 자료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인문계 전공자들을 정보화 사업 인력으로 채용하였다.  초기에는 이 사업에 참여한 인문계 전공자들의 직무가 데이터 입력이나 교정과 같은 단순 작업에 불과하였으나, 사업 진행에 따라5) 분류나 해제,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자료 구조 개선 등 고급 지식을 필요로 하는 업무가 확대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개발은 인문계 전공자들의 새로운 직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낳게 하였다. 2002년부터 시작된  문화관광부의 ‘우리문화원형디지털콘텐츠화 사업’6)도 인문계 연구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고급 지식 정보를 가지고 정보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주도한 이와 같은 대규모 디지털 콘텐츠 개발 사업은 인문계 연구자들의 정보기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촉발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보여진다.7) 정보기술이 이제는 인문계 연구자의 학술 연구를 돕는 보조 수단에 머물지 않으며, 인문계 출신의 직업 기회이기도 하고 인문계 연구 성과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지식 유통의 매개자이기도 하다는 의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전분야에서 가속회되는 정보화의 추세 속에서 인문계가 방관자적 자세에 머물거나 ‘이용자 수준’의 수동적 대응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인문계 스스로 정보기술을 운용하고 그 발전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지식에 기반을 둔 고급 정보기술자의 육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본 연구를 통해 단순한 컴퓨터 조작 기술의 수준을 넘어서 인문지식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융합을 시도할 수 있는 인문 분야의 지식 정보 전문가를 길러내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인문 지식과 정보기술의 접목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를 묻고, 지식의 사회적 전달 모델에 비추어 그 학제적 응용이 기여할 영역을 가늠해 보기로 하겠다. 이어서 인문계 출신의 직업기회로서의 정보화 사업 현장을 돌아보고, 그것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인문계 출신이 갖추어야 할 정보기술 능력이 무엇인지를 살펴 본 후, 마지막으로 그러한 정보기술 능력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시안을 구성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 - 한국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의도된 것이지만,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본문에서는 ‘한국학’이라는 말 대신 보다 포괄적인 ‘인문학’ 또는 ‘인문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2. 인문지식 정보화의 목표


  1) 지식정보화론의 대두


  인문지식의 정보화가 필요한 일이며, 그것을 위해 인문계 연구자들도 정보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인문지식의 정보화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인문지식 분야에 도입되어야 할 정보기술이 어느 수준까지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확한 답안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하다.

  인문계 연구자들이 현재 수준에서 공감하는 정보화의 목표는 그들 자신의 연구나 교육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정보 시스템 상에서 손쉽게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며칠씩 카드형 목록을 뒤지거나, 수백권 분량의 자료집에서 몇 달에 걸쳐 특정 주제에 관한 자료들을 조사하는 대신, 자기 연구실의 컴퓨터 단말기 앞에서 몇 개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기가 원하는 자료가 바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보화의 TO-BE 모델이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거의 10년에 걸쳐 진행되어 온 인문 분야의 지식 정보화 사업들이 현재까지 지향하고 있는 사업 목표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연구 자료의 정보화’라고 할 수 있는 형태의 정보화가 아직도 대다수 인문계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는 단계까지 와 있지 못함을 생각하면 그러한 형태의 정보화가 우리의 현실적 목표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시야를 넓혀 현대 사회 전반에서 진행되는 전자정보화의 추이를 보면, 특정 전문가 그룹의 업무 지원을 위한 정보화는 정보화의 여러 유형 중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1 세기를 맞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의 화두로 떠오른 ‘지식정보화’라는 말의 의미는 정보화의 목적이 과거와 같은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가 아닌 ‘지식의 공유’, 더 나아가 그 공유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지식의 계발’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지식을 공유한다는 것은 사회 각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지식 자원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방되어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지식의 ‘지식정보화’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정보화를 의미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먼저 지식정보화론에서 자주 원용하는 지식 순환 모델 이론의 한 가지를 살펴 보기로 한다.

  우리는 1997-1998 사이에 이른바 ‘IMF 사태’라고 하는 경제적 위기를 겪은 후, 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 구조를 혁신하고자 하는 취지의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었음을 기억한다. ‘지식 경영’ 그리고 이를 위한 ‘지식 정보화’는 이때부터 경영학, 행정학 그리고 정보과학 분야에서 활기차게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지식 경영’이란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속에서 그 기업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지식이 지속적으로 산출되도록 함으로써 생산성의 향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조직 사회 내에서 지식이 입수, 활용 및 재창조되는, 이른바 지식의 전달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특히 정보화를 통해 그 순환 과정을 보다 생산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郞)8)의 지식 전달의 4 단계 이론은 이 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모델이다.


<그림 2-1> 노나카 이쿠지로의 지식 전달 모델


  지식경영에서 말하는 지식이란 ‘특정 가치를 창출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정보’이다. 노나카 이쿠지로는 지식을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 암묵지)와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 형식지)으로 구분한다. 노나카 이쿠지로의 이론은 지식의 순환 과정이 암묵지를 암묵지로 전달하는 사회화 과정(socialization),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여 조직에 전파하는 외면화 과정(externalization), 형식지와 형식지를 결합하여 업무에 적용하는 결합화 과정(combination), 형식지를 암묵지로 전달하는 내면화 과정(internalization)의 4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 지식 순환 모델의 이해


  노나카 이쿠지로의 지식 순환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 그것을 한국학 지식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 업무에 적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그려 볼 수 있다.

  교육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A사는 임진왜란의 한 전투를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자 한다. A사의 개발 팀은 프로그램 제작에 앞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를 방문하는 등의 일을 시작하였다. 이로부터 새로운 지식의 순환 과정이 시작되게 된다.

  1단계(사회화): A사의 자료 조사 팀은 조선시대사 정치사를 전공하는 연구자를 초청하여 임진왜란 당시의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세와 위정자들의 사고 방식, 역사에서 전하는 그 시대의 주요 인물들이 그 전쟁에 참여한 행태에 대해 강의를 듣고, 질의 응답을 통해 호기심이 가는 문제에 대한 답변을 듣는다. 자료 조사 팀은 전문가로부터 참고할 만한 문헌 자료와 관련 분야의 다른 전문가를 소개받는다. 자료 조사 팀은 마찬가지 방법으로 조선시대의 건축을 연구하는 고건축학자를 방문하여 전투 장면의 무대가 될 지방 도시 성곽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고, 또 전쟁사 연구자로부터는 진법과 무기 등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이 과정은 역사학자의 머리 속에 들어있던 이 분야의 전문지식이 A사라고 하는 하나의 사회 조직 내에서 공개되는 단계이다.

  2단계(외면화): 자료 조사 팀은 전문가 인터뷰와 문헌 자료 조사에서 얻은 정보가 시나리오 개발자,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프로그래머에 의해 활용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A사의 인트라넷 상에서 운영되는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한다. 이 과정에서 인터뷰와 문헌 조사에서 얻은 텍스트 자료는 필요한 부분을 적시에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분류되고 색인화되며,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는 사진, 음향 등의 시청각 자료 역시 디지털화 하여 데이터베이스 안에 수록한다. 이 과정은 1단계에서 역사 획득된 지식 정보가 역사 전문가가 아닌 프로그램 개발 요원들에 의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적 정보화의 과정이다.

  3단계(결합화): 프로그램 개발 팀은 2단계에서 구축된 지식 자원을 활용하여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데이터베이스 안에 단편적 지식으로 등재된 인물, 건축, 전술에 관한 자료들이 각각 적절한 응용처를 찾아 하나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속에 끼어들어가게 된다. 이 때 개발 팀의 시나리오 작가는 역사 자료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도록 하는 오락성을 적절히 가미하게 되는데, 이것은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 고유의 전문성을 결합시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역시 사진이나 도면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디지인 감각을 최대한 발휘하여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을 구현해 낸다. 장면 하나 하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그들이 제작 도구로 사용하는 3D 영상 제작 프로그램이 기능에 따라 구현해 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나뉘어지게 되며, 이에 따라 시나리오 내용과 활용되는 원시 자료도 바뀌게 된다.

  4단계(내면화): A사의 개발팀은 임진왜란 게임 애니메이션 버전 1을 개발한 후, 시장의 반응과 자체 평가를 통해 버전 2의 개발에 요구되는 새로운 기능과 내용에 대해 인식한다.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기초적인 지식 자원을 제공했던 역사 분야의 전문가 역시 결과물을 통해 자신이 제공한 지식이 문화상품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다른 분야의 지식 또는 전문성과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대해 인식을 넓히고 향후 더욱 유용한 지식 정보의 제공을 위해 무엇을 더 연구하고 제공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를 얻는다.

  게임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한 차례의 지식의 순환 과정을 경험한 다양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 경험으로 토대로 다음 번 제작 과정에서는 더욱 발전된 지식 순환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될 것이다.

  노나카의 지식 순환 과정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식 경영’에 초점을 두고 제안된 이론이지만, 이것을 사회라고 하는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유통되는 인문지식에 적용시켜 보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노나카의 지식 순환 모델로부터 인문지식의 정보화에 관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3) 인문지식 정보화의 적용 영역


  지식정보 사회에서 추구하는 정보화의 목표는 어떤 전문분야의 지식이 다른 분야,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 계발된 지식 자원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되어 보다 발전적인 새로운 지식을 낳게 하는 데 있다.  인문지식의 정보화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노나카의 지식 순환 모델에 입각하여 말한다면,  지식의 ‘사회화→외면화→결합화→내면화’를 활성화 하는 전자적 연계 고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정보화가 지식의 사회화나 외면화, 결합화와 같은 그 순환 과정의 어느 한 국면에서 주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정보화라고 하면 원시 자료를 기계가독형 전자 신호로 변환하는 일 정도로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원시 자료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을 높이는 방책이 되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노나카의 지식 전달 과정에 비추어 말하자면 ‘외면화’ 과정에만 관계하는 일로 여기는 것이다. 자료에 대한 접근성의 증대가 정보화의 기능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은 도서관과 같은 자료 관리 기관에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수행하는 정보화 업무에 적합한 사고방식이다. 정보가 지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지식 정보화의 관점에서는 ‘고립된 외면화’로서의 정보화는 그다지 의미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상 정보화 활동의 영역은 지식 전달의 어느 한 국면에만 국한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각각의 영역에서 적절한 형태의 정보화가 이루어질 때 그 지식은 보다 원활하게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 사회화 영역에서 보자면 전문가의 암묵지가 언어나 문자로 공표되는 순간부터 전자적인 매체에 체계적으로 기술될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인 지식의 외면화는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른바 ‘지식 관리 시스템’이 지향하는 목표는 바로 그런 것이다. 외면화 영역에서 각기 다른 분야의 지식 자원들이 표준화된 체계에 의해 전자화 된다면, 그래서 각각의 전문 분야 지식 정보 시스템 사이에서 지식 자원의 완벽한 호환성이 확보된다면, 그 다음 단계인 지식의 결합화가 컴퓨터 시스템 상에서 지능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근년에 정보과학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맨틱 웹(semantic Web)’9)은 이것을 지향한다.

  지식 순환의 사회화 과정을 소홀히 한 채, 무차별적으로 매체의 변환만을 추구하는 기계적인 정보화, 다양한 지식의 결합화에 대한 비전 없이 이루어지는 맹목적인  정보화는 지식의 발전적 순환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닫힌 정보화일 뿐이다. 인문지식의 정보화는 그것의 사회화 영역에  든든한 뿌리를 박고 출발해야 하며, 그것의 지향점은 다른 분야 지식과의 결합을 추구하는 데 두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거기에서 파생된 새로운 지식의 내면화까지를 지원하는 종합적인 정보 유통 체계를 이룩하는 것이 인문 지식 정보화의 목표여야 하는 것이다.

  인문지식의 정보화가 그 지식의 사회화 영역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식의 사회화 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정보화는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이다. 필자가 한국학 분야 지식 정보화의 선구적 성공 사례로 간주하는 『조선왕조실록』의 정보화를 예로 들어보자.  1995년에 선보인 조선왕조실록 CD-ROM은  실록이라고 자료의 내용을 전자적 매체에 담은 사업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500여년에 걸친 실록 기록 과정은 차치하고라도, 25년에 걸친 한문 실록의 번역 사업과 3년에 걸친 전자 텍스트 편찬 과정이 없었더라면 국역 실록의 정보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국역실록 데이터베이스가 개발된 후 7년간의 원전 표점․편찬 작업이 없었다면 2002년에 완성된 『표점 원전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베이스』의 개발도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정보화 전문가는 그 지식의 사회화 단계에 대해 명확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또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한국학 분야의 대표적인 정보화 사업 - 역사통합시스템개발 사업이 안고 여러 가지 문제점의 원인은 그것이 지식의 사회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가운데 외면화를 추구하였다는 데서 찾아진다. 자료의 분석과 정리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데이터의 디지타이징에 착수했기 때문에  원시 자료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성과 이외에 특별한 사회적 기여를 찾을 수 없다. 역사통합시스템개발 사업의 전산 자료는 체계화된 형식지가 아니라 디지타이징된 자료 덩어리에 불과하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그 작업에 참여한 사람의 숫자보다도 적을 정도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그 전산 자료를 이용할 수도 없고,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정보화가 지식의 결합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학제간 연구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 사업에 예산 지원을 하는 정부 부처는 끊임없이 그것이 얼마나 이용되고 있는가를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해 이 분야의 자료는 전문적인 학술 자료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만 유용하고 따라서 정량적인 이용률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다는 답변을 하는 것은 늘 궁색할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경상도 지역의 고문서 자료가 그 지역의 ‘경상도 지역 고문서’를 연구하는 소수의 고문헌관리학 연구자들의 논문 자료로만 쓰인다면, 차라리 정보화 사업에 쓰인 돈을 그 소수의 연구자들의 연구활동지원비로 지급하는 것이 낫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 고문서에 그 시대의 경제활동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면, 경제사 연구자가 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조선시대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다 사실적으로 완성하는 소재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무엇을 시시하는가? 정보화 전문가는 그 지식의 결합화 단계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 단계에서의 활용성 제고를 위한 방법론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3. 인문지식 정보화를 위한 기술, 그 운용 주체


  1) 지식 결합의 수단으로서의 정보화


  지식의 정보화가 그 지식의 사회화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해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역사 지식이 없는 사람은 역사 자료의 정보화에 무지할 수밖에 없다. 인문학자들은 이 점에 대해 쉽게 동의할 것이다. 여기에서 도출되는 결론도 자명하다. 인문 분야 지식의 정보화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보화가 지식의 결합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은 이 물음에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전공의 벽이 높아  자기 지식에 대한 타분야의 수요에 대해 그다지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사 자료가 경제사 연구에 쓰이기 위해서는 역사 자료 속의 어떠한 내용들이 경제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관찬사서나 문집기사, 고문서 등의 역사적 자료는 경제 활동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문학, 음악, 예술 등 문화 활동, 그시대의 천문, 지리, 자연 생태, 민간 신앙, 의학이나 과학 기술 등 다양한 분과과학에서 참고할 만한 지식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정보의 이용자가 드라마 작가나 게임 제작자일 경우 그들의 관심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정보화가 지식의 결합화를 추구하기 위해 정보 전문가는 그 모든 학제적 교섭의 후보 분야에 대해 망라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역사적 문헌에 대해 잘 아는 정보 전문가가 경제사가, 미술사가, 의학사가 개개인의 구미에 맞추어 정보화 사업을 수행할 수는 없다.  차선의 방책을 찾아야 한다. 정보과학자들이 제안하는 차선의 방책이란 다양한 개별 분야의 수요에 맞추는 일은 어떤 강력한 능력의 매개자에게 위임하고, 정보화 전문가는 그 매개자의 수요에 맞추는 일에 전념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강력한 능력의 매개자란 ‘컴퓨터’를 말한다.

  정보화에 의해 생산되는 전자정보가 사람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계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 인간을 위한 지식을 추구하는 인문학자들에게는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정보과학자들은 이를 지식 정보화의 기본 전제로 상정하고 있다.10)  어느 한 분야의 지식 자원을 컴퓨터가 정밀하게 읽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해 놓는다면, 비록 그것이 다른 특정 분야에서의 응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특정 분야의 정보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 컴퓨터 스스로 그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가정을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역사 문헌을 정보화 하는 과정에서 기사 하나, 문장 하나 또는 단어 하나에 이것은 경제학에 관련된 것, 이것은 미술사에 관련된 것, 이것은 게임 개발의 소재로 쓰일 수 있는 것 하는 식으로 모든 정보 요소에 대해 주제 부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하나의 줄거리를 갖는 기사인지, 문장 속에 쓰인 단어 가운데 어떠한 것이 사람의 이름이거나 지역의 이름인지, 또는 책이나 작품의 이름인지. 텍스트의 어느 부분이 첨부된 시각자료와 내용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인지를 명시적으로 표시해 주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어리석은 기계에게 매우 초보적인 구문 인식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부가적인 정보의 있고 없음에 따라 컴퓨터의 데이터 분석 능력은 엄청난 차이를 갖게 된다.

  전자 정보 데이터에 기계적 가독성을 부여하는 일이 지식의 결합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보과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긍정과 회의가 엇갈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과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가정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정보 시스템의 지능화를 위한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그 가정을 현실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2) 지능적 지식 검색 시스템 개발 동향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 문헌 데이터베이스에서 특정 어휘를 포함하는 기사를 검색해 내도록 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지능적으로 더 발전한 다음 단계의 지식 정보 시스템을 구상해 보기로 하자. 예를 들자면, 조선시대 외교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실록』의 텍스트로부터 외국인명으로 추정되는 어휘들을 탐색하고 그 인물이 등장한 사건의 기록들을 어휘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기계적으로 요약 추출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 시대의 자연 현상에 대한 무수한 기록들과 그와 관련하여 일어난 종교 행사, 왕의 교지, 신하의 상소 등에 담긴 내용 역시 자동적으로 추출하고 유형화하여 그 시대의 철학적․종교적 자연관을 엿보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이는 마치 생물정보학자들이 인간 유전체의 염기 서열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단순히 참고 자료로 쓰기 위해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어내기 위한 실험 데이터로 쓰는 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능적 지식정보 시스템은 어떠한 기술을 가지고 구현할 수 있을까?

  인간이 언어를 이해하듯, 컴퓨터도 텍스트 데이터에 담긴 의미를 어느정도까지 분석해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정보과학의 한 부문인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목표이다. 지식은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언어를 분석할 수 있게 하면 마치 인간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듯, 컴퓨터에게 질문함으로써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는 현재 수많은 실험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영어권의 자연어 처리 기술은 이미 그것을 상업적 제품 개발에 응용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기술 상품으로, 미국 Invention Machine사에서 개발한  CoBrainTM이라고 하는 지식 검색 엔진을 들 수 있다. 정보 검색 엔진과 지식 검색 엔진의 차이는 전자가 텍스트 데이터 속의 단편적인 어휘만을 찾아내는 반해 후자는 어휘와 어휘의 사이의 문법적 관계도 조사함으로써 질문자의 의도에 보다 부합하는 자료를 찾아 준다는 것이다.11)

  CoBrainTM과 같은 첨단 지식 검색 소프트웨어를 한국의 전근대 사료 데이터베이스에 접목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지식을 얻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CoBrainTM에 담긴 구문 분석 알고리듬은 전적으로 ‘영어’라고 하는 언어에 의존적이며, 의미 기반 검색을 위해 그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수많은 전문 용어 사전은 ‘특허 정보’, ‘기술 정보’와 같이 매우 한정된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 다시 말해 CoBrainTM은 영어로 쓰인 산업 기술 데이터에 대해서만 이용자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컴퓨터에게 언어 분석의 능력과 그것에 기반한 논리적 추론 능력을 부여하려고 애쓰는 자연어 처리 연구자들도 그것만으로 컴퓨터가 인간의 지식 활동을 보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학습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언어 능력과 수리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고 해서 문학이나 과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지능형 정보 시스템 개발의 노력은 구문 분석이나 논리적 추론 능력을 강화하는 쪽보다 전문 지식 데이터에 기계적 명시성을 부여함으로써 컴퓨터가 특정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다.

 

  3) 인문지식을 위한 정보기술


  앞에서 제기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인문 분야의 지능적 지식정보 시스템은 어떠한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이 분야의 정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에서 한 권의 자료, 한 건의 기사, 하나의 문장, 한 개의 전문 어휘에 대해 일일이 그것의 성격과 유형을 알게 하는, 표준화된 양식의 부가 정보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그 데이터의 내용에 대한 컴퓨터의 인지 능력을 높여 가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고전 문집 자료를 정보화 할 때, 서간문에 대해서는 그것이 ‘서간문’임을 알게 하는 정보를 기입하고, 그 본문 안에 쓰인 이름에 대해서도 어느 부분이 ‘수신자’에 대한 정보이고, 어느 부분이 ‘발신자’에 대한 정보인지를 구분해 둔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편찬된 전자정보가 데이터베이스 상에 누적되었을 때, 어느 시대 누가 누구에게 보낸 편지글을 모두 찾아 달라는 이용자의 요구에 대해 컴퓨터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문제 해결’의 답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너무나 간단한 일 같지만, 실은 이 간단한 일이 오늘날의 지식 정보 관리 기술이나 전자정보 편찬 기술의 핵심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조직에서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 관련성이 있는 모든 지식 정보 자원에 대해 표준화된 방식의 편찬 규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유관한 자료들을 모두 한 군데 모아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뿐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그 망라성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에서 오늘날의 정보과학은 집중형이 아닌 분산형의 정보 시스템을 추구한다.  즉 개별 기관이나 개별 연구자들이 각각 자신의 전문 분야 지식을 담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되, 그 각각의 독립적인 시스템 안에 어떠한 정보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는가 하는 정보가 공유됨으로써 유관한 정보 자원을 언제든지 종합적으로 획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분산된 이종(異種) 시스템의 자원들이 상호 연계하여 활용되는 것을  상호운영성(相互運營性, interoperability)12)이라고 한다. 지식 정보 자원의 상호운영성은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지식 영역의 정보 자원이 갖는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표준적인 정보기술 규칙이 사전에 확립되어 있어야 하고 개별 정보 자원들은 그러한 기술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생산되어야 하는 것이다.

  분산된 지식 정보 자원의 상호운영성을 위한 기술적 요소들은 정보과학 분야에서 심도 있게 연구되어 여러 가지 유용한 방법이 제안되고 있지만, 그것을 활용하여 실제적인 지식 검색 환경을 구축하는 일은 정보과학이 아닌 분과 과학의 영역에서 그 학문의 특성에 맞게 영역별로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생명과학, 우주과학, 환경공학 등 분과 과학의 지식 자원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단계에서는 이들 분과 과학의 영역 내에서 분산된 정보 자원의 연계 활용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정보과학은 방법론을 제공할 뿐이고 그것을 응용한 지식 검색 환경 구축은 분과 과학이 그 주체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인문과학도 이 점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인문 분야의 지식 자원에 대해 지능적인 지식 검색을 가능하게 하고, 이에서 더 나아가 지식의 결합화를 통해 새로운 지식의 생산까지도 촉진하기 위해 인문 지식과의 접목을 추구해야 할 지식 관리 기술은 어떠한 것들일까?  무엇보다 먼저 인문 분야의 지식 자원에 기계적 가독성을 부여하기 위한 마크업(Mark-up) 체계 개발 및 그 응용 기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의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 관련 기술13)은 인문 지식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지식 정보 자원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전자정보 편찬기술이지만, 방대한 텍스트 자료 처리의 숙제를 안고 있는 인문 지식 정보화의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어떠한 기술보다도 우선시 해야 할 요소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유형화 시킬 수 있는 인문 지식 자원의 표준적인 메타 데이터(Meta Data) 형식 개발, 다양한 종류의 메타 데이터를 상호 연계 할 수 있도록 메타 데이터 관련 정보의 공유 기반을 제공하는 메타 데이터 레지스트리(Mata Data Registry)의 구축 기술14)도 인문정보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져야 할 기술들이다. 

  지식의 전자적 상호 운영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기술의 형식적인 뼈대는 이미 정보학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서 심도 있게 연구되고 또 어느 정도 국제적인 표준화 작업까지도 이루어진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과학적 기술 요소들을 인문 지식에 적용하여 인문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인문 지식에 정통한 인문학자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그 일은 단순히 확정된 정보기술을 인문 지식에 도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 지식의 내용과 특성에 따라 적용할 기술을 변경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수반해야 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누가 할 수 있는가? 문학, 역사 철학 등 전통적인 인문 분야 분과 학문과  정보 처리 기술을 다루는 정보 과학 양 분야에 걸쳐 정통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한 두 사람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개별 분과 학문의 다양한 전문 지식을 배경으로 하면서 정보기술에 관한 공동의 이해 기반을 형성한 다수의 연구자들이 긴밀한 의사소통과 공동 작업을 수행함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15)



4. 인문계 정보기술 인력의 직업 기회와 전문성


  1) 정보산업 분야의 인문계 직업인


  필자는 지금까지 인문지식의 정보화가 지식정보화 사회의 지식 순환 체계 속에서 다른 전문 지식과의 융합하여 응용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밝히고, 이를 위한 요소 기술들이 인문지식을 기반으로 한 전문가들에 의해 습득․운용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였다. 인문학을 위한 정보기술 교육의 방향을 찾기 위해 검토해 보아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그러한 인문 분야 정보기술 인력에 대한 사회적․현실적 수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당위성만 가지고 교육기관에서의 새로운 전공 과정의 개설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인문 분야의 지식 관리 전문가를 직업인으로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인문학뿐 아니라 다른 분과 과학에서도 정보기술과의 융합 분야가 새로운 학문의 영역이자 새로운 직업의 기회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그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소수의 선도 인력 외에는  안정적인 직업 기회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이미 정보기술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의 사회 현실에서 우회적으로 찾아질 수 있다.

  2000년부터 해마다 500억 원 이상의 정보화 콘텐츠 개발 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100여 개의 중소기업에서 고용하고 있는 사업 인력 70% 이상이 인문계 졸업자로 추정된다.16) <표 4-1>의 정보 통신부 2004년도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 목록을 보면 당해연도 30개 사업의 50% 이상이 인문 분야 지식 콘텐츠의 개발 사업이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전근대 시대의 역사 자료를 다루는 일임을 알 수 있다. 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하는 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 사업 역시 2002년 이후 3년 동안 총 340억원을 투여하고 있는 대형 사업이다. <별표 4-2>~<표 4-4>의 동 사업 수행 과제 목록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과제가 인문학,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를 다루는 한국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국사편찬위원회의 ‘승정원일기데이터베이스 개발 사업’,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향토문화전자대전개발사업’, 경기도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해당 시도 역사 및 문화․예술 데이터베이스 개발 사업 등 인문 분야의 지식 콘텐츠를 전자 정보로 개발하는 사업이 매년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인문 분야 정보 콘텐츠 개발 사업 현장에서 정보 자료를 분석․정리하고, 입력된 데이터의 교정․교열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물론 서비스 시스템의 기능 명세를 작성하여 프로그래머들에게 그것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학 또는 대학원 과정에서 역사, 문학, 철학 등 인문계통의 공부를 한 사람들이다. 정보 콘텐츠 개발을 전업으로 하는 사업체가 아니라도, 관공서, 연구기관, 언론사에 취업한 인문계 인력이 조직내의 정보화 업무에 깊숙이 엮여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17)



<표 4-1> 2004년도 지식자원관리사업 현황18)

사업명

주관기관

예산

남명학관련 고문헌 원문DB구축

경상대학교 도서관

510,000,000

국가 자연사 연구 종합 정보시스템

국립중앙과학관

1,340,000,000

산림정보 탐사용 항공사진 DB구축

국립산림과학원

955,000,000

자연생태 동영상 DB 구축 사업

(사)무지개세상

667,000,000

국방형상자료 DB구축사업

국방품질관리소

630,000,000

한국경학자료 DB 구축사업

성균관대학교

875,940,000

표준형 한국어 언어/음성 데이터베이스 구축

한국전자통신연구원

1,983,000,000

국방학술정보시스템 구축사업

국방대학교

777,000,000

유교문화종합정보DB구축사업(4차)

한국국학진흥원

347,000,000

근대법령 지식정보 DB구축 사업

법제처

1,320,000,000

기초학문 연구정보 서비스 구축

한국학술진흥재단

838,000,000

독립운동관련 기록물의 대국민서비스체제 구축

국가보훈처

628,000,000

한민족전쟁사관련 자료 디지털화 사업 및 대국민 서비스

전쟁기념사업회

328,830,000

국토공간영상정보 DB구축 및 인터넷 서비스 시스템 개발

국토지리정보원

954,000,000

민주화운동사료DB구축사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506,000,000

한국여성사 지식정보자원 구축사업

한국여성개발원

363,000,000

한국영화 DB 구축사업(3차)

한국영상자료원

285,000,000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 전문정보DB구축(5차년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4,422,000,000

한국독립운동사 종합지식정보시스템 구축(3차)

독립기념관

773,500,000

정부출연 연구기관 지식정보 DB 구축(5차)사업

산업연구원

527,500,000

국가지정 중요전적문화재 DB 구축(2차)

문화재청

1,948,000,000

국가생물종 지식정보시스템 구축 확대

산림청

1,450,000,000

국가문화유산종합정보시스템 구축(5차)

문화관광부

3,016,000,000

사이버 지질자원과학관구축

한국지질자원연구

572,000,000

문화예술종합정보시스템 구축(5차)

문화관광부

1,720,400,000

한의학지식정보자원 디지털화사업(2차)

한국한의학연구원

1,338,000,000

정보통신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정보통신연구진흥원

1,749,000,000

건설교통기술지식정보DB구축사업(4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1,805,000,000

국가학술연구DB구축(4차)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378,000,000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구축사업

국사편찬위원회

7,225,000,000

사업비 합계

 

42,232,170,000



<표 4-2> 우리문화원형디지털콘텐츠화사업 2004년 과제19)

과제명

주관기관

고대국가의 건국설화 이야기

전남대 역사문화센터

백두대간의 전통음악 원형 지도 개발

한양대 한민족공연예술학센터

전통 수렵 방법과 도구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다할미디어

전통 어로 방법과 어로 도구의 디지털 콘텐츠화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조선시대 궁중기술자가 만든 세계적인 과학문화유산의 디지털 원형 복원 및 원리 이해 콘텐츠 개발

㈜여금

풍수지리 콘텐츠 개발

㈜시스윌

한국 근대 여성 교육과 신여성 문화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사)한국여성연구소

한국 산성 원형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다이디지털㈜

한국인 얼굴 유형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한서대 얼굴연구소

고구려 고분벽화의 디지털콘텐츠 개발

숙명여대

고려인의 러시아 140년 이주 개척사를 소재로 한 문화원형(농업, 생활상, 의식주 등) 디지털콘텐츠 개발

한국외국어대 산학협력단(인문학부)

근대 기생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디지털 콘텐츠화

방송통신대

근대초기 한국문화의 변화양상에 대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한국의 춤 디지털 콘텐츠 개발

㈜프리진

민족의 영산 백두산 문화상징 디지털 콘텐츠 개발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발해의 영역 확장과 말갈 지배 관련 디지털 콘텐츠 개발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불교설화를 통한 시나리오 창작소재 및 시각자료 개발

(재)전남문화재연구원

서울의 근대공간 복원 디지털 콘텐츠 개발

㈜포스트미디어

아리랑 민요의 가사와 악보 채집 및 교육자료 활용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중앙대

옛 의서(醫書)를 기반으로 한 한의학 및 한국 고유의 한약재 디지털콘 텐츠화

㈜시스윌

전통놀이와 춤에서 가장(假裝)하여 등장하는 인물의 콘텐츠 개발

동덕여대

조선왕조 아동교육 문화원형의 디지털 콘텐츠화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산업연구소

조선의 궁중 여성에 대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글로브인터렉티브㈜

조선 후기 여항문화(閭巷文化)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블루엔씨지

천하명산 금강산 관련 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 개발

㈜워드트로젝트

한국 고서의 능화문(菱花紋) 및 장정(裝幀)의 디지털 콘텐츠화

(재)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한국 근대의 음악원형 디지털 콘텐츠 개발

㈜아사달

한국 무속 굿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연세대 국학연구원

한국의 전통 장신구 - 산업적 활용을 위한 라이브러리 개발

숙명여대 디자인대학원



<표 4-3> 우리문화원형디지털콘텐츠화사업 2003년 과제

과제명

주관기관

조선후기(17C~19C)상인과 그들의 상업활동을 통한 경영, 경제 시나리오 소재 DB 개발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연구소

한국천문, 우리 하늘 우리 별자리 디지털 문화콘텐츠 개발

㈜씨퀀스엔터테인먼트

한국 무예의 원형 및 무과시험 복원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영진전문대

게임 제작을 위한 문화 원형 감로탱의 디지털 가공

한서대 애니메이션영상연구센터

국악선율의 원형을 이용한 멀티 서라운드 주제곡 및 배경음악 개발

㈜세인트뮤직

김치 문화 디지털콘텐츠 개발

㈜사람과정보

한국의 고인돌 문화 콘텐츠 개발

㈜김포캐릭터월드

조선시대 상인(商人) 활동에 나타난 “한국상업사 문화원형”의 시각콘텐츠 구현

㈜시스윌

조선시대 조리서에 나타난 식문화원형 콘텐츠 개발

㈜토스코리아

악학궤범을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공연문화 콘텐츠 개발

㈜프라스프로덕션

한국 미술에 나타난 길상 이미지 콘텐츠 개발

㈜골든벨애니메이션

조선시대 기녀 문화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한국방송통신대

한국 도깨비 캐릭터 이미지 콘텐츠 개발과 시나리오 제재 유형 개발

㈜네오그라프

문화 원형 관련 동물 아이콘 체계 구축 및 고유복식 착장 의인화(擬人化) 소스 개발(조선시대 동물화(動物畵)에 근거하여)

이화여대 섬유․패션디자인센터

사찰 건축 디지털 세트 개발

㈜여금

조선왕조 궁중통과의례 문화원형의 디지털복원(국상의례, 가례원형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콘텐츠 개발)

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죽음의 전통의례와 상징세계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히스토피아㈜

문화산업 창작소재로서의 신라 화랑 콘텐츠 개발

㈜엠디에이치

국악 장단 디지털콘텐츠화 개발

단국대

부적의 디지털콘텐츠화 개발

㈜코리아비주얼스

중국 문화원형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창작소재 개발지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궁중문양의 디지털콘텐츠 개발

궁중유물전시관

현대 한국 대표 서예가의 한글 서체를 컴퓨터 글자체로 개발

(사)세종대왕기념사업회



<표 4-4> 우리문화원형디지털콘텐츠화사업 2002년 과제

과제명

주관기관

우리 음악의 원형 산조 이야기

㈜국악중심

한국 신화 원형의 개발

㈜동아시테크

한국 전통 건축, 그 안에 있는 장소들의 특성에 관한 콘텐츠 개발

㈜하우스세이버

온라인 RPG 게임을 위한 한국 전통 무기 및 몬스터 원천 소스 개발

히스토피아

조선시대 검안기록을 재구성한 수사기록물 문화콘텐츠 개발

㈜엠에이컴

제주도 신화 전설을 소재로 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서울시스템

애니메이션 요소별 배경을 위한 전통건축물 구성요소 라이브러리 개발

㈜한국예술정보

화성의궤 이야기

㈜포스트미디어

고려시대 전통복식 문화원형 디자인개발 및 3D 제작을 통한 디지털 복원

㈜드림한스

문화원형 관련 복식 디지털 콘텐츠 개발

이화여대 섬유패션디자인센터

전통놀이 원형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아툰즈

한민족 전투 원형 콘텐츠 개발

다할미디어

한국의 소리 은행 개발-전통문화소재, 한국의 소리

코리아루트

조선시대 대하소설을 통한 시나리오 창작소재 및 시각자료 개발

㈜엔브레인

고려 '팔관회'의 국제박람회 요소를 소재로 한 디지털콘텐츠 개발

㈜투알앤디

게임/만화/애니매이션 및 아동 출판물 창작소재로서의 암행어사 기록 복원 및 컨텐츠 제작

㈜레디소프트

만봉 스님 단청 문양의 디지털화를 통한 산업적 활용 방안 연구 개발

㈜엔알케이

오방대제와 한국 신들의 원형 및 인물 유형 콘텐츠 개발

국민서관㈜

사이버 전통 한옥 마을 세트 개발

㈜여금

진법 자료의 해석 및 재구성을 통한 조선시대 전투 전술 교본의 시각적 재현

㈜창과창

국악기 음원과 표준 인터페이스를 기초로 한 한국형 시퀀싱 프로그램 개발

춘천교육대학교

선사에서 조선까지 해상 선박과 항로, 해전의 원형 디지털 복원

㈜코리아비주얼스

조선후기 한양도성의 복원을 통한 디지털 생활사 콘텐츠 개발

㈜엔포디

조선 왕실 축제의 상징 이미지 디자인 및 전통색채 디지털 콘텐츠 개발

이화여대 색체디자인연구소

조선시대 국왕 경호 체제 및 도성 방위 체제에 관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디자인스톰

고구려․백제의 실크로드 개척사 및 실크로드 관련 콘텐츠 개발

㈜하트코리아

<토정비결>에 나타난 한국인의 전통 서민 생활 규범 문화원형을 시각 콘텐츠로 구현

㈜예스필

한국 불화(탱화)에 등장하는 인물 캐릭터 소재 개발

호남대학교

전통민화의 디지털화 및 원형 소재 콘텐츠 개발

중앙대학교 문화산업연구소

전통 한선(韓船) 라이브러리 개발 및 3D 제작을 통한 디지털 복원

㈜소프트엔터

대동여지도와 대동지지의 3D 디지털아카이브 개발

동방미디어㈜

고문서 및 전통문양의 디지털 폰트 개발

㈜윤디자인연구소

한국 풍속화의 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 개발

나노픽쳐스㈜



  2) 인문계 정보산업 종사자의 직업 전망


  인문계 출신 정보 콘텐츠 개발 사업 참여 인력의 숫자는 우리나라의 전체 인문계 전공자의 수에 비하면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 콘텐츠 개발을 하나의 업종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다른 여러 직업과 비교해 보면 그것이 이제는 인문계 졸업자의 직업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보화 분야의 사업에 종사하는 인문계 전공자의 상당수가 고유한 전문성을 가진 전문직업인으로 대우받기보다는 ‘고학력의 단순 업무 종사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피고용인 스스로가 자신이 현재 종사하고 있는 정보화 관련 업무를 자신의 항구적인 직업으로 생각하기보다 미취업 상태에서 밥벌이를 위해 임시로 하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고의 원인은 정부 주도로 수행되는 정보화 사업이 1년 단위 단기 사업의 형태를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대부분의 사업 인력을 임시직으로 고용할 수밖에 없는 데서 기인하지만,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정보화 사업에 참여하는 인문계 전공자들이 자신을 그 세계에서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할 전문성 강화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본 연구를 위한 조사 과정에서 필자와 면담한 인문계 출신 사업 참여 인력의 상당수가 현재의 자신의 직무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했으며, 자신이 그 프로젝트에서 좀 더 비중있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사업 수행을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 ‘비중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기술’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이 현재의 업무를 통해 전문적인 직업 역량을 제고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공공 정보화 사업 분야에 종사하는 인문계 전공자의 직무 만족도가 매우 낮은 듯이 보인데 반해,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개척해 가고 있는 민간 기업, 정보 포털 사업체와 전자책 출판 사업체의 인문계 출신 직장인들은 훨씬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대체로 인문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 콘텐츠 개발과 그 응용 분야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기대하며, 자신은 그것에 관련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여 직업의 안정성, 전문성을 확보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20)  민간 정보산업체에 종사하는 인문계 출신들이 미래의 직업 기회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 방면에서 실제로 인문학과 정보기술 사이의 밀결합을 요하는 사업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 정보 포털 사업체 가운데 하나인 ㈜지식발전소21)는 1996년 창업 당시 30명의 컴퓨터 관련 기술 인력의 조직으로 출발하였지만, 종업원 수가 340명에 이르는 현재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대학에서 인문분야의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정보 검색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최근 2,3년 사이에 ‘정보 검색 기술 제공’ 위주에서 분야별로 유용한 지식 콘텐츠를 분류, 선별하여 제공하고, 그 바탕 위에서 이용자들의 ‘정보 교류’ 또는 ‘지식 거래’ 환경을 만들어 주는 ‘지식 시장’ 기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추세는 정보 자료의 내용을 이해하고 가공할 수 있는 콘텐츠 전문가의 수요를 증대시키고 있으며, 그러한 흐름 속에서 인문계 전공자들의 채용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정보 포털 사업체인  ㈜NHN 사22)는 2004년 8월부터 새로운 인터넷 포털 비즈니스인 ‘도서 본문 검색 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 이것은 종래 ‘서류’나 ‘기사’, 심지어는 ‘낙서’ 수준에 불과했던 검색 서비스의 원천 자료에 ‘책’이라고 하는 고급 지식 자료를 포함시킨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23) 이와 같은 포털 사업체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자연스럽게 출판사들의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책’으로 제작된 출판물의 일부가 인터넷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출판사 대부분의 출판물이 책으로 출간됨과 동시에 전자책으로도 보급되고, 또 그와 동시에 인터넷 상에서도 그 풀 텍스트가 제공되는 형태로 바뀌어가게 된 것이다. 종래에는 각각의 출판물이 ‘책’ → ‘전자책’ → ‘인터넷상의 정보’로 이어지기까지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필요하였고, 또 각 매체 사이의 단절이 심해 1차 자료의 일부만이 2차, 3차 매체로 옮겨갈 수 있었다. 그러나 포털 서비스와 전자책 출판이 이미 밀결합함으로써 ‘전자책’과 ‘인터넷 정보’의 간극은 이미 소멸하기 시작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책’과 ‘전자책’의 틈새도 급격히 좁아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종류의 출판 관련 업무는 곧 인터넷 비즈니스이고 정보기술 산업의 일부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인터넷 저작물에 대한 이해는 이미 출판․언론 분야 인력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전문성의 하나가 되었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출판․언론 관련 업무에 잘 적응하는 인문계 출신들이 인터넷 정보 산업계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정보 포털 사업체나 전자출판물 제작 업체의 콘텐츠 기획 담당 임직원 중에 출판계나 언론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인문계 출신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하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현 시점에서 정보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문계 전공자들의 직업인으로서의 위상과 직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앞으로의 자신들의 직업 기회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한 순수 인문분야 전공 쪽보다는 현재 종사하고 있는 정보산업 쪽에서 더 넓게 열릴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정보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정보 산업 분야에서의 인문계 전공자의 직업 기회에 대해 필자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 인문 분야의 지식 자원과 정보기술의 접목을 통한 정보 콘텐츠의 개발 및 유통 관련 사업은 현시점에도 이미 우리 사회의 비중 있는 산업 분야로 성장하였으며, 앞으로도 그 양적, 질적 발전을 지속할 것이다.

  둘째, 그에 따라 인문 분야의 전문 지식을 보유한 인문계 출신 정보기술 인력의 직업 기회도 크게 확대될 것이지만, 그 수요는 현재 상태의 인문계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정보 산업에 대한 적응력을 갖춘 학제적․멀티플레이어적 인재에 대한 수요이다.

  셋째, 현재 정보 산업 분야의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인문계 출신자들이 수적으로 작은 규모가 아니나, 그들의 직업 만족도는 매우 낮다. 현시점에서 인문계 출신 정보산업 종사자들의 직업적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종사하고 있는 업무 분야에서 지도적인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 즉 정보기술 운용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인문계 정보기술 인력의 경쟁력 제고 방안


   현재 이미 정보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인문계 출신자들이 정보 전문가로서의 지도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종류의 기술력이 제고되어야 할까?  이들에게 당장 아쉬운 것은  C++나 JAVA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 구사 기술, OracleTM이나 InformixTM 같은 상용 DBMS은 운영 기술,  웹 서비스 프로그램 상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연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스크립트 언어 구사 기술, 그래픽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 지리정보시스템 운영 기술 등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현재 사회적 수요가 있다고 보이는 일반적인 정보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까?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실무형 정보기술들은 정보 산업 분야의 초급 또는 중급 기술에 해당하는 것이며, 대학원과 같은 정규 교육과정을 통하지 않아도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6개월-1년 정도의 직업 기술 양성 과정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그러한 실무 응용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당장의 직업 기회를 넓히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것만으로 남보다 우위에 서는 직업 경쟁력을 갖게 하기는 어렵다.

  정보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대학원 과정에서의 교육이라고 하면 그 기술 변화의 미래를 겨냥한 중장기적 고급 기술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학부 과정에서 인문과학을 전공한 학생들로서는 그 기초 지식이 새로운 전공에 무용한 것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앞에서 지식 관리 분야의 기술로서 언급한 XML 전자 정보 편찬 기술과 메타데이터 레지스트리 관리 기술 등은 바로 ‘시맨틱 웹’과 같은 미래지향적 정보기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요소 기술들이며, 분과 과학의 전문성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점에서, 인문계 출신 정보기술자들의 직업 경쟁력 강화 요소가 되기에 충분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인문학 정보 전문가가  XML 기반의 전자정보 편찬, 메터데이터 레지스트리의 구축과 운영 등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교육․훈련 과정을 거쳐야 할까? 이 점에서 우리가 먼저 유념해야 할 사실은 앞에서 언급한 이러한 기술들이 정보과학 분야에서도 초보적 또는 입문적 성격이 기술이 아니며 상당한 수준의 기초 기술력을 배양하고 응용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습득될 수 지식이라는 점이다.

  예를들어 XML 전자문서 편찬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DTD나 SCHEMA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문서의 태깅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와 관련된 XPath, XLink, XPoint의 개념과 응용 방법을 이해시키고, XSLT(eXtensible Stylesheet Language: Transformations)를 활용하여 자신이 편찬한 전자 문서를 컴퓨터 화면 상에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XSLT만 하더라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그 언어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운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메타데이터의 표준화와 레지스트리의 개발과 같이 지식 정보의 상호운영성을 제고하는 방법들이 정보기술보다는 분과 과학 지식에 더 의존한다고 하는 것은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정보 시스템 구축에 관련된 여러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있지 않으면 그 산출물의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보기술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에게 곧바로 이러한 종류의 지식 관리 기술을 가르칠 수는 없으며, 그 기술을 무리없이 수용할 수 있게끔 피교육자의 기초 기술 역량을 신장시키는 교육 과정의 운영이 불가피하다.24)

  이러한 현실은 자칫 인문과학도들에게 정보기술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냐는 비관적인 생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한 수준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힌 정보기술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그가 어느 분과 과학이나 응용 분야에 대해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없을 경우, 그 역시 위에서 언급한 지식 관리 기술을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판단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지식 관리는 정보기술과 분과 과학적 지식 두 가지가 똑같이 전문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기를 요구한다. 어느 한 가지를 익힌 사람이 나머지 한 가지를 배우기를 주저한다면 그 분야의 지식 관리 기술은 누구에 의해서도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학제적 교육 훈련은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모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얻도록 하는 것이지, 하나만 제대로 하고 나머지는 적당히 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4) 인문정보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현재의 정보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응용 기술에서부터 인문 지식의 지식 관리에 필요한 고급 정보기술까지 배양할 수 있게 하는 교육 시스템은 어떠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할까?

  인문 지식과 정보기술의 교섭이 전무한 현재까지의 대학, 대학원 교육 과정에서 학제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필자는 대학 학부 과정에서부터 역사, 철학, 문학 등의 인문 지식과 정보기술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았으나, 이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었다. 인문정보학이 인문 분야의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 만큼, 학부 과정에서는 인문과학에 대한 기초 소양을 충실히 닦는 것이 역량 있는 지식 정보 전문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성 있는 인문 정보 전문가의 양성 코스는 학부에서 인문과학을 전공하고 그 분야의 지식정보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원 과정에서 ‘인문 지식을 위한 정보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필자가 구상하는 인문정보학 전공 과정은 인문지식과 관련된 정보 콘텐츠 생산에 종사할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기초 학문 분야의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는 일반대학원보다는 전문 직업인 양성에 목적을 두는 특수대학원에 적합하다는 지적도 있겠으나, 일반대학원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전문 직업인의 양성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으므로 그것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25) 또 인문정보학 전공자는 대학원 과정에서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의 기반인 인문 지식을 지속적으로 심화시켜 나아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점에서 보면 인문계 전공자들과의 교류가 용이한 일반대학원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인문정보학을 대학원 전공 과정으로 두기 위해서는 그것을 어떠한 형태의 학위 과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인문정보 분야에서도 박사급 연구개발 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러한 학제적 연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확산되어 있지 않고, 새로운 학문으로서의 연구 방법론도 아직까지 실험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 단계에서는, 학문적 수요보다는 산업계의 직업 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석사급 인력의 배출이 적합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단,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대학원 석사 과정의 교육 시수만 가지고도 인문 지식과 정보기술의 양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 양성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국내 일반대학원의 석사 과정은 대체로 4개 학기 이상 등록하고  24 학점 이상을 이수한 자에 대해 석사 학위 논문을 제출할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2년의 기간 동안 대략 8개의 교과목 이수를 통해 학부 수준의 교양적 인문 지식을 ‘전문 직업인’ 수준으로 배양하면서, 지식 관리 분야의 정보기술을 ‘기초 단계’에서 ‘심화 단계’를 거쳐 ‘응용 단계’까자 발전시키도록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일 수도 있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통상적인 분과 과학 석사 과정에서 정하고 있는 이수 단위 외에,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학점을 취득하는 ‘현장 실습’ 및 신기술 동향 등에 대한 조사, 정리, 보고를 수행하는 ‘조사․연구 세미나’ 과목의 이수 의무를 별도로 부과함으로써, 기업이 요구하는 연구․개발 인력의 자질을 교육 과정 중에 충실히 배양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인문계 학부 출신으로서 정보기술 관련 기업 등에 취업하여 특정 분야의 정보기술을 접한 경험이 있고, 그 분야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계발하고자 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기업에서 수행하는 개발 업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개인화 과제를 ‘현장 실습’ 또는 ‘조사․연구 세미나’ 과제에 대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직무 전문성의 강화를 유도한다.

  이 두 가지 방안의 골자는 인문정보학이라는 학제적 교육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통상적인 석사 과정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휠씬 강도 높은 교육․훈련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며, 그 교육 내용을 획일화시키지 않고, 대학이나 연구소의 수탁 연구․개발 프로젝트 또는 기업체에서 수행하는 직무에 밀접하게 연관시킴으로써 개인화된 실용적 전문성의 확보를 용이하게 하자는 것이다.



5. 인문정보학 대학원 과정 교육 프로그램


  1) 교육 대상 및 학습 목표


  필자는 앞서서 인문 지식이 사회적으로 외면화되고 결합화되기 위해서, 인문학 연구자들에 의해 추구되어야 할 정보기술의 목표를 논하였고, 이어서  정보산업 분야에서 인문계 전공자들이 얻을 수 있는 직업 기회 및 그들의 직업적 전문성 제고에 적합한 대학원 교육 시스템은 어떠한 것이어야 할지를 살펴보았다. 이상의 논의를 배경으로 이 장에서는 대학원에서의 인문정보 전문 과정으로 운영해 봄직한 실험적 커리큘럼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커리큘럼은 앞 장에서 언급하였던 대로 인문계 대학 학부 과정을 졸업한 후 자신의 전공과 유관한 정보화 분야에서 직업 기회를 얻고 궁극적으로 정보화 사회에서의 인문 지식의 소통에 기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학술적 연구보다는 ‘전문 정보기술 인력’으로서의 직업적 소양을 우선시 하되, 향후에  상급 과정에 진학하여 ‘인문정보학’에 대한 심층 연구을 수행할 수 있는 학술적 기초를 배양하는 것도 고려한 것이다.

  인문정보학 석사 과정의 학생은 정보기술 분야의 전문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정보기술 기초 과정 및 심화 과정의 일부 과목은 전산공학 학부 과목과 유사한 수준의 학습 목표를 두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들 과목에 대해서도 인문 콘텐츠에 대한 적용 능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부가함으로써 고급 응용 과정으로의 이행이 용이하도록 의도하였다. 그 외 대부분의 교과목은 인문 콘텐츠와 정보기술의 학제적 응용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한 것으로서, 내용의 난이도에 따라 향후 박사 과정 개설 교과목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육 과정은 인문계 대학원 석사 과정 수준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수준의 언어 능력(한문 및 영어)과 인문과학(한국학) 지식을 익히면서, 정보기술의 기초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제1,2학기), 이어서 정보기술의 심화 과정을 거친 후에(제2,3학기) 최종적으로 인문지식과 정보기술을 결합하는 학제적 응용 능력을 배양하도록(제3,4학기) 단계적으로 편성하였다. 인문지식 기초 소양 과정 및 정보기술 학제적 응용 과정에서 8개 과목 24 학점 이상의 강의 과목과 9개 이상의 실습 과목을 이수한 자에 대하여 석사 학위 논문 제출 자격을 부여하도록 한다.

  학위 논문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에게 해당 교육기관에서 수행하는  ‘인문지식 정보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이를 통해 얻은 실무 경험과 교육 과정 중에 얻은 인문정보학적 지식을 연계하는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표 5-1> 인문정보학 전공 세부 과정

이수단위

 

세부과정

이수 단위

과목수(시수/학점)

수강 학기

강의 과목

(학점 산입)

실습/세미나 과목

(학점 비산입)

인문지식 기초 소양 과정

한문 및 영어

 

3(6, 0)

1, 2

한국학 기초  소양

과정

2(6, 6)

 

1, 2

정보기술 학제적 응용 과정

정보기술 기초 과정

2(6, 6)

2(4, 0)

1, 2

정보기술 심화 과정

2(6, 6)

2(4, 0)

2, 3

학제적 응용 과정

2(6, 6)

2(4, 0)

3, 4

최소 이수 단위

과목수(시수/학점)

8(24, 24)

9(18, 0)

 


  2) 커리큘럼 개발 시안


  가. 전공 개요


  ① 전공 지식의 정의


    인문정보학이란 문화와 기술을 아우르는 현대 사회의 복합적 지식 수요에 부응하는 지식 정보의 계발을 목적으로, 문학, 역사, 철학 등 전통적인 인문과학 분야의 지식과 정보과학 기술 사이의 학제적 소통 및 응용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② 전공 설치 목적


    정보기술을 매개로 전통적인 학술․문화 자원을 현대적인 지식 정보 자원으로 편찬․가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여 전통 문화의 현대화, 국제화에 기여할 지식 정보 전문가를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③ 교육 내용


    한국의 역사, 사상, 언어, 문학 등 인문 분야의 정보 자원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함과 아울러 인문과학적 지식을 정보화 하는 데 필요한 지식 정보 시스템 개발 기술 및 정보 통신 응용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지식 정보의 컨텐츠와 테크놀로지를 종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시행한다.


  나. 인접 전공과의 관련성 및 차별성


  ① 순수 인문계 전공


    인문정보학 전공 과정의 인문학 분야 교육 과정 중 일부는 철학․윤리, 역사학, 어문학, 교육학 등 기존 인문계열 전공 학과의 교과목을 공유한다. 특히 전통시대의 학술․문화 유산을 현대화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한문 지식의 습득과 역사, 철학, 문학 분야의 대표적인 기록물들의 원문과 번역문을 직접 읽고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단, 인문정보학 전공 과정에서의 고전 문헌 교육은 그러한 자료들을 디지털 정보 자원화 하는 지식을 배양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각 자료의 특성에 적합한 디지털 매체의 선택과 디지털 정보 편찬 기술을 습득하는 실무 교육을 병행하여 시행한다.


  ② 컴퓨터 과학 전공


    인문정보학과에서는 심도 있는 인문 정보 처리 기술의 배양을 위해 컴퓨터 운영 체제 및 프로그래밍 언어, 정보 통신 기술의 이론 및 실무를 교육하며, 이러한 교과목은 컴퓨터 과학 전공 교육과정에 부분적으로 상응하므로, 두 학과가 공통 강좌를 개설하거나 및 실습 기자재를 공동 활용할 수 있다.  단, 컴퓨터 과학과에서는 정보 처리의 테크놀로지 부분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인문정보학과에서는 항상 ‘컨텐츠 중심’적 사고가 강조되므로 기술 부문 교육에서도 인문 자료를 정보화 하는 최적의 기술을 발굴하고 응용하는 데에 교육의 목표를 두게 된다.


  ③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인문정보학 전공 과정의 멀티미디어 관련 교육은 멀티미디어 전공 과정의 교과목에 상응한다. 단, 멀티미디어 전공 교육은 디지털 매체의 제작 및 시청각 디자인 기술 배양을 위주로 하는 반면, 인문정보학 과정에서는 매체에 수록될 지식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종합하고 디지털 매체에 적합한 형태로 편찬하는 데 중점을 두므로 양 과의 멀티미디어 교육은 각각 지식과 디자인의 양 측면에서 변별성과 상호보완성을 갖는다. 지식 정보를 토대로 한 고품위 멀티미디어 컨텐츠 개발에 적성이 있는 학생은 멀티미디어 전공 개설 과목을 수강함으로써 매체 제작의 실무 기술을 심화시킬 수 있다.


  ④ 문헌정보학 전공


    전통적인 개념의 도서관에서는 서지 형태의 자료를 수집․소장하고 그 목록만을 전산화하여 서비스하는 체제를 유지하였으나 오늘날의 디지털 라이브러리는 원문 자료 자체를 디지털 정보로 생산하여 유통시키는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으며, 자료 소장처의 개념 또한 물리적인 공간에서 무형의 가상 공간으로 바뀌어 가는 추세이다. 인문정보학은 인문과학 분야의 원문 자료를 디지털 지식 정보로 전환하고, 생산된 정보를 가상 공간상에서 정보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디지털 라이브러리 체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게 되며, 이 점에서 전통적인 도서관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헌정보학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 인문정보학은 문헌정보학으로부터 문헌 자료의 분류법, 정보 봉사 활동 등에 관한 지식을 제공받으며, 문헌정보학은 인문정보학으로부터 지식 자원의 내용을 분석 능력과 그 내용적 특성에 적합한 원문 자료의 디지털 편찬 기술에 관한 교육을 지원 받음으로써 상보적인 관계를 맺는다.


  다. 졸업 후의 진로


    석사 과정에서 인문정보학을 전공한 학생은 정보산업, 언론․출판, 행정 분야에서 인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컨텐츠 개발 및 정보 서비스 분야에 종사할 수 있으며, 대학원 상급 과정에 진학하여 인문과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응용에 대해 보다 심화된 학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① 취업 기회


  - 정보기술 산업 분야: 학술 문화적인 내용을 담은 정보 상품 개발 및 지식 정보의 유통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지식 정보 전문가 

  - 언론, 출판 분야:  인문 분야의 지식 생산 능력과 지식 정보의 디지털 편찬 기술을 겸비한 기자, 편집자로서 언론, 출판 분야에 진출

  - 행정 및 공공 서비스 분야: 교육, 학술, 문화 부문의 지식 정보화 사업을 담당할 전문 행정가로 공직에 진출


  ② 진학 기회


  - 인문정보학 박사 과정: 인문정보학과 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지식 정보 이론에 대한 심화된 연구  또는 정보과학적 방법에 의한 고전 문헌 연구 등에 종사할 수 있다.

  - 인문과학 박사 과정: 개인의 적성과 관심에 따라 순수 인문과학 연구로 복귀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석사 과정에서 수학한 인문정보학  분야의 지식이 전공 학문의 연구 생산성을 높이는 유용한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정보과학 박사 과정:  인문정보학 전공자 중 정보 처리 기술력을 심화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이나 정보과학(information science) 쪽으로 전공을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석사 과정에서 습득한 인문정보학 지식은 지식 정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개발, 한국어 정보 처리 기술 개발 등의 분야에서 유용한 기초 지식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컨텐츠 및 수요자 중심의 시스템 개발 능력을 배양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라. 개설 교과목


  (1) 인문지식 기초 소양 과정26)


  ① 한문 및 영어


  - 한문 I, II, III

  - 영어 I, II, III


  ※ 선택 3 과목 이수, 학점 비산입 과목


  ② 한국학 기초 소양 과정


  - 한국사연구론

  - 한국사상사

  - 한국문예사

  - 한국문화론

  - 한국정치경제론

  - 한국사회와 교육


 ※ 선택 2 과목 이수, 협동 강의


  (2) 정보기술 학제적 응용 과정


  ① 정보기술 기초 과정


  □ 강의 과목


  - 정보기술과 지식 사회


    구텐베르크의 출판 혁명으로부터 글로벌 인터넷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지식 정보화의 역사를 살펴보고 오늘날 선진 제국의 지식 정보화 프로젝트 수행 사례들을 조사한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이 지식의 유통․보급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며, 지식 정보의 확산에 의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를 고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의 지식 정보 전문가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정립한다.


  - 인터넷과 인문 정보


    인터넷의 발생에서부터 현재의 인터넷까지의 역사를 심도 있게 이해함으로서 미래의 정보 통신 기술이 추구하는 기술적 사회적 비전을 파악하고, 인문 정보 유통과 보급 도구로서의 인터넷의 가용성과 발전 방향에 대해 공부한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 구축되어 있는 주요 인문정보 사이트를 탐색하고, 내용 및 구현 기술을 분석․평가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인문 정보 사이트를 국제적인 지식 정보 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 문자 부호계와 디지털 폰트


    컴퓨터 상에서의 문자 언어의 저장 유통 수단인 문자 부호계(코드)의 특성과 문자의 입출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및 컴퓨터 상에서 문자 언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디지털 폰트에 관한 기술 지식을 습득한다. 특히, 세계 공용 문자 부호계로 표준화 되어 가고 있는 ISO 10646(유니 코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이 부호계가 지원하는 한글․한자 코드의 고급 응용 기술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나라 고유의 기록 문화 유산이 현대적인 정보 시스템에 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 전자 출판과 전자 신문


    광전자 매체와 정보 통신 매체를 이용하는 도서 출판 및 신문 제작에 관한 이론과 실무를 공부한다. 전자출판을 위해 활용되는 디지털 장비, 편집 소프트웨어, 출판물의 편집․제작 과정을 통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의 운용 기술을 공부함과 아울러 인문 분야의 지식이 종이 매체를 통해 표현될 때와 전자 매체를 통해 표현될 때 내용과 형식 면에서 어떠한 차이점을 갖게 되는지, 전자 매체의 장점을 이용하여 정보의 수준을 심화시키는 방법은 무엇이며, 전자 매체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함으로서 미래의 전자출판 문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을 배양한다.


  □ 실습 과목


  - 윈도우즈 운영 실습


    개인용 컴퓨터의 보편적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와 윈도우즈 상에서 운영되는 각종 응용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사용법을 공부한다. 워드 프로세서, 스프레드 쉬트,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 상에서 자료를 입력하고 편집하는 방법, 상이한 응용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공유․호환할 수 있게 하는 방법, 근거리 통신망(LAN) 상에서 공동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실습을 통해 익힘으로써 윈도우즈 운영 체제를 데이터 생산․관리의 도구로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 유닉스/리눅스 운영 실습(실습 과목)


    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유닉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컴퓨터 운영체제 이론을 공부하고,  리눅스 장비의 활용 실습을 통해 정보 통신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한다. 리눅스 명령어를 이용하여 데이터 파일을 관리하는 방법, FTP, TELNET의 사용법, 인터넷 서버의 설치․운영 방법 등을 숙지함으로써 컴퓨터를 인문 정보의 유통 서비스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② 정보기술 심화 과정


  □ 강의 과목


  - 전자 문서 편찬 기술


    구조적인 전자 문서의 편집을 위해 개발된 XML 마크업 언어의 규약을 이해하고, 전자 문서 편집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학생들은 이 수업 과정을 통해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면서, 대상 자료의 특성에 부합하는 전자 문서의 구조를 설계하고, 마크업 기호를 이용하여 텍스트의 구성 요소들을 정밀하게 정보화 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 데이터베이스 개발 기술


    데이터베이스의 개념, 데이터베이스 모델, 데이터베이스의 설계 방법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고, 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의 활용을 통해  인문 분야의 자료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베이스의 구현 기술을 습득한다. 실습 과정에서는 인문학 분야의 문헌 정보를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 구현하는 방법과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포함하는 전문(Full Text) 정보를 객체 지향 데이터베이스로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한다.


  - 메타 데이터 개발 및 표준화 기술


    콘텐츠의 전자적 유통과 활용을 돕기 위해 그 내용의 핵심 부분을 구조적으로 기술한 메타 데이터가 정보 시스템 상에서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이해하고, 분야별 인문 지식 콘텐츠에 성격 및 활용 목적에 부합하는 메타 데이터 개발 방법을 학습한다. 아울러 더블린 코어(Doublin Core) 등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메터 데이터 형식에 대해 공부하고, 상호 유관한 정보 자원의 메터 데이터의 표준화를 유도하고 그 자원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메타 데이터 레지스트리(metadata registry)의 개발 및 운영 방법을 습득한다.


  - 전자 문서 관리학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발생에서부터 소멸에 이르기까지의 생명 주기를 갖는 각종 문서의 단계적 관리 방법을 이해하고, 작성, 유통, 보관, 보존, 폐기 등의 문서 생명 주기가 전자화된 정보 시스템 안에서는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공부한다.  실습 과정을 통해서는 통합 문서 관리 소프트웨어의 사용법과 보존 대상 문서의 디지타이징 및 전자 기록 매체 이용 기술을 습득한다.


  □ 강의 과목


  - 프로그래밍 언어


    다양한 목적의 응용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응용 프로그램 개발 방법론 및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인 C, C++ 언어의 코딩 기술을 공부한다. 학생들은 이 수업 과정을 통해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문제 분석 방법에서부터 설계, 코딩, 테스팅의 방법을 익히게 되고 C, C++ 언어의 함수를 다양하게 구사함으로써 인문정보의 텍스트와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정보 처리 목적으로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 인터넷 정보 서비스 프로그래밍


    인문 정보의 인터넷 서비스 시스템 구현에 필요한 제반 기술을 프로그램 개발 실습을 통해 습득한다. XML 전자 문서의 표현을 위한 XSLT 개발 기술, 서비스 시스템 상에서의 유저 인터페이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Java 스크립트 및  애플릿을 사용하는 기술,  웹 서비스와 응용 프로그램을 연동시키는 ASP(active server pages) 개발 기술을 공부함으로써 텍스트와 멀티미디어 데이터로 이루어진 인문 정보 자료들을 웹 상에서 서비스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③ 학제적 응용 과정


  □ 강의 과목


  - 한국어 정보 처리 기술


    한국어로 쓰여진 문헌을 정보화 하는 방법 및 지능적인 한국어 정보 검색 시스템의 구현에 관련된 이론과 실무를 다룬다. 국어 형태소 분석 및 색인어 자동 추출, 기계적인 맞춤법 검증, 어휘 연관성 분석에 의한 문서 자동 분류 방법에 관한 기본 이론을 학습하고, 인문학 분야의 지식을 전달하는 문장과 어휘들이 정보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 통제되고 표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공부한다.


  - 한문 정보 처리 기술


    우리나라의 기록 문화 전승 매체이자 한문 문화권의 공용 문자 언어인 한문을 정보화 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다룬다.  한자 특성을 고려한 데이터 입력법, 한문 자료를 대상으로 한 정보 검색 시스템 구현 방법, 정보 검색 시에 한자 이체자에 의해 발생하는 모호성의 해소 방법 등을 공부함으로써 한문을 사용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고전 문헌 및 현대 문헌에 수록된 지식 정보를 전자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 한국 문예 정보학


    고전문집에 수록된 문장, 시가 및 한국 근현대 시, 소설, 평론 등 다양한 문예 자료를 정보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분석된 내용을 정보화 하여 교육 및 학술 연구 자료로 활용되도록 하는 방법에 공부한다. 문예 작품을  XML 전자 문서로 편찬하기 위한 마크업 체계의 설계 방법, 전자화된 문예 작품 텍스트로부터 어휘 용례와 사용 빈도, 문장과 어구의 인용, 표현 양식의 유사성 등의 정보를 추출하여 작품 연구의 자료로 활용하는 방법 등을 다룬다.


  - 한국 역사 정보학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와 같은 관찬 사서를 비롯하여 족보, 호적, 방목 및 각종 고문서 등의 등의 역사 사료를 전자 문서로 편찬하여 학술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한다. 다양한 형태의 역사 사료에 포함된 구성 요소들을 구조적인 전자 문서로 구현하는 방법과 인물, 지리 등의 유관 정보와 현대사학의 연구 성과를 사료 텍스트에 연계하여 종합적인 지식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현하는 방법 등을 다루게 된다.


  - 프로젝트 관리 기법

 

    인문 정보 컨텐츠 개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학제적(Interdisciplinary) 개발 팀의 조직과 팀 운영 방법, 개발 일정의 수립과 진도 관리, 개발 산출물의 테스팅, 이용자의 반응 조사와 피드백 방법 등 컨텐츠 개발 프로젝트 운영에 관련된 이론과 실무를 다룬다. 또한 이 수업 과정에서는 모범적인 인문정보 컨텐츠 개발 사업의 사업 제안서와 결과 보고서를 분석하는 사례 연구를 병행함으로써 개발 프로젝트의 수행에 필수적인 문서화(Documentation) 능력을 배양한다.


  □ 실습 과목


  - 문화 콘텐츠 데이터베이스 개발 실습


    문화 콘텐츠 제작 기술 배양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의 유형․무형 문화재에 관한 지식을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로 구현하는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전통 문화재의 유형과 분류 체계, 박물관에서의 관리 보존 체제에 대한 지식 및 객체지향데이터베이스 응용기술과 멀티미디어 데이터 가공 기술을 습득한다.


  - 영문 컨텐츠 제작 실습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문장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훈련을 통해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영문 컨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학생들은 이 강의를 통해 한국의 고유한 관습, 제도를 영어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영문 어휘와 구문을 숙지하게 되고, 이를 영어 작문 및 자료 번역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게 된다.

 

  - 교차 언어 정보 관리 기술


    두 가지 이상의 언어로 쓰여진 문헌 자료를 전산화하는 방법, 특정 분야의 지식을 다양한 외국어 정보 소스로부터 획득할 수 있게 하는 정보 시스템의 구현 방법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다룬다. 한국어 영어, 또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쓰여진 문헌을 전산화할 때 어떠한 색인 기법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한 가지 언어로 두 가지 이상의 언어 자료를 검색할 때 사용되는 교차언어검색은 어떠한 방법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를 다룬다.


  3) 교수진 구성 방안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교육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어떠한 교육 커리큘럼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 보았다. 우리의 논의에 포함시켜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안은 ‘누가 가르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대학이나 대학원과 같은 정규 교육 시스템은 사회 환경의 변화와 그로 인한 인력 수요의 변화에 대해 그렇게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학문적 순수성에 대한 강한 집착, 현실적 응용보다는 기초적이고 근원적인 것을 중시하는 사고도 그 원인이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새롭게 만들어진 분야에서는 대학, 대학원 수준의 고등 교육을 담당할 전문적인 교수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1967년 우리나라에 최초의 컴퓨터가 도입되고, 공공 연구소에서 컴퓨터 운영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27) 이후,  70년대부터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무전산화가 시작되었으나 이를 위한 기술 인력의 공급은 상당 기간 동안 대학이 아닌 비정규 ‘기술 교육 기관’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시기의 컴퓨터 전문가는 전산 전공자보다 대학의 수학과, 물리학과, 기계공학과 등에서 실험․실습의 목적으로 컴퓨터의 조작법을 익힌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이 컴퓨터과학 전공자를 배출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1980년대 중반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교육을 목표로 하는 ‘인문정보학’ 역시 대학이나 대학원의 교육 시스템에 부합하는 체제를 갖추어 정규 교육 시스템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일까? 이에 관해서는 다른 각도에서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문정보학은 현재의 컴퓨터과학처럼 범국가적 기술 수요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많은 분과 과학 또는 학제적 연구분야와 더불어 그 수요의 일부를 분담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인문정보학은 학제적 인력의 양성을 목표로 학제적 교육․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표방하는 만큼, 그것이 하나의 독립된 분과 과학으로 행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문정보학이 하나의 학문, 독립된 전공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교육․연구 인프라의 구축 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적지 않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만, 기존의 전공 간의 막힌 벽을 뚫어 학제적 소통 능력을 가진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경우에는 그 기간이 꼭 필수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인문과학과 정보기술 양 분야에 걸쳐 수준 높은 교육․연구 인력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양쪽에서 서로 교섭해야 할 요소들을 뽑아내고, 피육자가 그것을 함께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시점에서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인문과학과 정보기술의 사이에서 양 분야 전문지식 간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할 양질의 코디네이터적 교수 요원이 필요함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숫자는 다수일 필요가 없다. 소수의 역량있는 코디네이터를 통해 의해 다수의 분야별 전문가가 교육 내용을 분담하면 되는 것이다.

  인문정보학 전공 전임 교수들이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은 전공과 전공, 교수와 학생, 공급자(학교)와 수요자(기업) 간의 의사소통을 돕는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의 역할이다.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실습을 감독하는 것은 관련 분과 과학에서 세부 전문 분야를 전공한 인문학 및 전산학 전공의 타과 교수, 또는 외부 초빙 교수들이 담당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석사과정 1년차 및 2년차 20명 내외의 학생을 대상으로 매학기 10-12개의 전공선택 강의 과목과 실습 과목을 개설하는 인문정보학 전공 과정 운영에 필요한 전임 교수 인력은 2명 정도가 적정하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 숫자는 인문계 및 정보기술계의 분과 과학 전공 교수들이 학제적 교과 운영에 함께 참여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28) 인문정보 전공 학생의 학기별/세부과정별 기본 이수 과목수 산출 내역은 <표 5-2>와 같으며, 이에 기초하여 매학기 분야별 교수 인력 소요 내역은 <표 5-3>와 같다.

  인문정보학 전임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에 대한 강의나 실습 지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학제적 교과과정에 참여하는 인문계 및 정보기술계 교수들에게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해당 교과목이 의도하는 강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도 포함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모든 전공 선택 과목 수업을 ‘전임교수+인문계 교수’, ‘전임교수+정보기술계 교수’의 ‘협동 강의’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협동 강의’는 2명 이상의 교수가 강의 시수를 산술적으로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 수업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교과목 내의 세부 주제에 따라 강의를 주도하는 책임은 한 사람에게 주어지겠지만, 적어도 전공 전임교수는 인문계 및 정보기술계 교수가 주도하는 강의를 매시간 참관하면서 학생과 교수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표 5-2> 인문정보 전공 학생의 학기별/세부과정별 기본 이수 과목수

세부 교육 과정

제1학기

제2학기

제3학기

제4학기

강의 과목

한국학 기초 소양 과정

1(3)

1(3)

 

 

정보기술 기초 과정

2(6)

 

 

 

정보기술 심화 과정

 

2(6)

 

 

학제적 응용 과정

 

 

1(3)

1(3)

실습 과목

한문 및 영어

1(2)

1(2)

1(2)

 

기초 과정 실습

2(4)

 

 

 

심화 과정 실습

 

2(4)

 

 

응용 과정 실습

 

 

1(2)

1(2)

합계

강의과목/실습과목별

과목수(시수)

3(9)

 /

3(6)

3(9)

 /

3(6)

1(3)

 /

2(4)

1(3)

 /

1(2)


<표 5-3> 인문정보학 전공 학기당 교수 강의 참여율 및 소요 인력

세부 교육 과정

학기당 개설 강좌 수

전공 전임 교수 참여율

인문계 교수 참여율

정보기술계 교수 참여율

강의 과목

한국학 기초 소양 과정

3

 

100%

 

정보기술 기초 과정

정보기술 심화 과정

4

25%

 

75%

학제적 응용 과정

2

50%

50%

 

실습 과목

한문 및 영어

2

 

100%

 

기초 과정 실습

심화 과정 실습

4

25%

 

75%

응용 과정 실습

2

50%

50%

 

담당 시수

 

강의과목:

9과목

 27시간

실습과목:

8과목

16시간

총 43시간

10 시간

18 시간

15 시간

소요 인력

 

 

2 명

6명

5명



6. 맺음말


  분과 과학 연구자들은 자신이 종사하는 전공 분야의 학문에 명확한 ‘영역’이 있고, 이 영역은 다른 분야의 학문 영역과 섞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학문에는 나름대로의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론이 있기 마련이고,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구 내용과 성과에 대한 일정한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의 영역 구분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학적 사실을 규명하는 작업에 함부로 윤리적 가치관이나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예전에는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분과 과학의 주제들이 오늘에 와서는 한 울타리 안에서 탐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 과학’이 다른 분과 과학과 융합하는 일이 벌어지지만, 이 ‘컴퓨터 과학’이라는 것도 50여 년 전에 다른 분과 과학의 학제간 연구의 산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컴퓨터 과학’을 있게 한 선구적인 인물로서 이 분야의 경이로운 발전 방향을 반세기 전에 정확하게 제시한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박사29)는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과학 문명을 탄생시키는 데 필요한 학제간 연구의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유능한 탐구자들에게 가장 풍성한 연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이미 확립된 다양한 과학의 어느 분야에도 소속되지 않은) 경계 영역이다. ..... 만일 어려움에 봉착한 생리학상의 어떤 문제가 본질적으로 수학적인 문제였다고 한다면, 수학에 대해 무지한 열 사람의 생리학자가 그 문제에 덤벼들었다 해도, 수학을 모르는 한 사람의 생리학자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진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수학을 모르는 생리학자가 생리학을 모르는 수학자와 협력한다 해도, 전자는 자신의 문제를 후자가 처리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할 것이고, 후자는 그의 답변을 전자가 이해할 수 있게끔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 “과학의 지도 위에 펼쳐진 빈 공간에 대한 올바른 탐구는 세계에 있어서 공백지대의 탐구는,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인접 분야의 학문에도 투철한 이해와 훈련을 거친 과학자들의 팀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  각각의 팀원 모두가 서로의 사유 방식을 이해하고, 동료가 새로운 제안을 할 때에는 그것이 완전히 정리된 형태로 표현되기 이전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의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긴밀한 협동 연구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수학자가 생리학적 실험을 해 낼 정도의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비판하며 발전적인 제안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가져야만 한다. 생리학자는 수학의 정리를  증명할 수 없어도 되지만, 그것의 생리학적 의의를 파악하고 수학자에게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할지를 말할 수 있지 않으면 안된다. 여러 해 동안 우리들은 이러한 과학의 미개척 영역의 하나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하는 개별 과학자들의 연구 조직을 꿈꾸어 왔다. 이들은 강력한 관리자 밑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그 학문 영역을 전체로서 이해하고, 그 이해를 위해 서로 힘을 보태고자 하는 열정과 정신적인 욕구에 의해서 서로 결집하는 사람들이다.30)


  위너의 이 말은 진정한 학제간 연구의 태도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너무나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학제간 연구는 자기 전공에만 몰입하는 상이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듣는 회합을 갖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의 전공 지식에 대해서도 그 핵심을 꿰뚫을 수 있는 수준의 식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인문과학과 정보기술의 학제간 연구도 그것이 20세기의 컴퓨터 과학의 발전에 상응하는 21세기의 새로운 문명의 탄생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위너 박사가 소개한 수준의 전문적인 공동 연구가 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사회는 아직 그러한 수준의 학제간 연구를 수행할 만한 멀티플레이어적 연구자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인문학적 지식 자원에 대해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정보기술자, 첨단 정보기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인문과학자가 아직은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인문과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접목이 우리에게 열어 줄 새로운 지평에 대해서 우리가 막연한 가능성만을 점칠 뿐 그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품지 못하는 것도 아직 우리사회가 그만한 수준의 심도 있는 학제적 연구자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출발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대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성 세대가 스스로 전공의 벽을 넘어서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의 다음 세대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하는 것까지 주저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제안한 ‘한국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교육 프로그램’은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진정한 학제적 만남을 주선하는 데에는 크게 미흡하지만, 이를 참고한 교육 프로그램이 실제로 운영될 경우,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인문학과 정보기술, 양 분야에 균형있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 부분적인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교수


2) 김현, 「東洋學資料 電算化의 構想과 課題」, (『民族文化硏究』 제21호 (1988. 高麗大學校 民族文化硏究所).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교섭에 관한 초기 연구로서, 인문 분야 연구자들의 정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태동하였는지를 알게 하는 자료이다.


3)『국역조선왕조실록 CD-ROM』은 1992년 서울시스템㈜ 한국학데이터베이스연구소에서 개발에 착수하여 1995년 10월에 간행되었다. 『국역조선왕조실록 CD-ROM』의 편찬 과정에서 시도된 정보기술의 인문학적 응용은 「韓國古典籍 전산화의 성과와 과제」(『民族文化』 18집, 1995. 12.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소개하였다. 이로부터 7년 후인 2002년에는 『조선왕조실록』의 한문 원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한 『표점 원전 조선왕조실록 CD-ROM』이 국사편찬위원회와 서울시스템㈜의 공동 간행으로 개발되었다.


4) 1997년 외환 위기 사태가 일어나 실업율이 증가하자 정부는 미취업 상태의 고학력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여러 가지 정부 주도 사업을 추진하였다.  정보통신부가 주관한 ‘공공정보화근로사업’(IT New Deal Project)은 그 일환으로 시행된 사업으로서 1998년부터 2년간 2천9백70억원를 투여하였고, 186 개의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였다.


5) 정보통신부는 공공정보화근로사업의 성과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2000년 1월 ‘지식정보자원관리법’을 제정하여 지식 콘텐츠 개발 사업을 중장기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 법에 의해 시행되는 ‘지식정보자원권리사업’은 ‘공공성은 높으나 상업성은 낮은’ 지식 자원을 소재로 한 국가적  DB 구축 및 유통체계 확립을 지향하고 있다.  1차 사업기간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이며, 이 기간 동안 총 3,7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과학기술, 교육학술, 문화, 역사, 산업경제 등  5개 부문의 공공 지식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6) 문화관광부 산하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2001년 설립)이 창작 소재의 제공을 통해  문화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향상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한 이 사업은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디지털 정보상품 창작 소재 개발을 위해 2004년까지 3년간 총 3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7) ‘지식자원관리사업’이나  ‘우리문화원형디지털콘텐츠화사업’ 등으로 촉발된 인문계 연구자들의 정보기술 응용 및 그를 위한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은 그 문제들을 학술적인 연구 주제로 삼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현재까지 이 분야에 대한 선행 연구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는데,  주로 인문사회연구회의 ‘인문정책연구’ 프로그램 과 ‘인문콘텐츠 학회’ 논문지 등을 통해 발표된 것으로서, 정책 제안적 성격의 시론과 부분적 적용 사례에 대한 보고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 「디지털미디어시대의 인문학 교육개발과 고용창출 방안연구」(임정택, 『인문정책보고서』17, 2003, 인문사회연구회)

 - 「문화콘텐츠학 교과과정 개발연구」(조관연, 『인문정책보고서』19, 2003, 인문사회연구회)

 - 「인문학관련 새로운 직종개발 연구」(한상근, 『인문정책보고서』46, 2003, 인문사회연구회)

 - 「문화콘텐츠 기획을 위한 인문학의 활용방안 연구」(김천영, 『인문정책보고서』21, 2003, 인문사회연구회)

 - 「인문학도 사회진출 확대의 한 모델-문화콘텐츠개발전문가」(최남희, 『인문정책보고서』21, 2003, 인문사회연구회)

 - 「지식정보관련 법령분석과 인문학 진흥을 위한 정책제안연구」(이남희, 『인문정책보고서』8, 2003, 인문사회연구회)

 - 「인문학 자료 통합관리 시스템에 관한 연구」(심재룡, 『인문정책보고서』6, 2003, 인문사회연구회)

 - 「콘텐츠 관련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원교육의 현황과 문제점」(김교빈, 같은 책)

 - 「해외 선진교육기관의 문화콘텐츠 인력 양성 교육과정 분석」(고기정, 같은 책)

 - 「전통적인 인문학 관련 학과에 있어서 ‘콘텐츠 교과목’의 보완」(김기덕, 같은 책)

 - 「문화관광부문의 인문학 관련 직종 개발 연구」(최덕경, 같은 책)

 - 「인문 콘텐츠를 위한 정보학 연구 추진 방향」(김현, 『인문콘텐츠』 창간호, 2003, 인문콘텐츠학회)

 - 「디지털 정보 시대의 인문학」(김현, 『오늘의 동양사상』 제7집, 2002, 예문동양사상연구회)

 - 「인문정보학에 관한 구상」(김현, 『민족문화연구』 제35호, 2001,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8)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次郎): 일본 후쿠리쿠(北陸) 첨단과학기술대학 교수. “지식경영”이라고 하는 새 경영이론의 창시자. 知識創造の經營』(1990, 日本經濟新聞社), 『知識創造企業』(1996, 東洋經濟新報) 등의 저서가 있다.


9) 시맨틱 웹: 웹(World Wide Web) 서비스의 창시자 팀 버너즈 리(Tim Berners-Lee)에 의해 1999년에 제안되었다.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데이터에 선언적인 추가 정보를 부가함으로써 그 데이터의 의미를 컴퓨터가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최적의 결과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10) 지식관리시스템 개발 이론에서 말하는 정보화는 노나카 말하는 지식의 외면화, 즉 암묵적 지식을 비전문가들도 접근할 수 있는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으로 전환하는 것에 상응한다. 그런데 정보과학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면화가 추구하는 명시성의 목표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명시성’에 둔다. 지식의 외면화는 그 다음 단계에서 명시적으로 외면화된 여러 종류의 형식지들이 상호 교섭하여 새로운 지식으로 결합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컴퓨터가 그러한 결합의 매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스스로 그 지식을 분류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11) CoBrainTM은 방대한 양의 검색 대상 데이터에 대해 고유한 방식의 구문 분석 알고리듬을 적용하여 그 내용을 ‘문제와 해결방안’이라는 형식으로 조직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문제’를 던진 이용자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지능적 검색 기능을 수행한다.


12)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  각기 다른 기계 장치가 동일한 조작 방식에 의해 운전될 수 있음을 말한다.  정보과학에서는 정보 자원이 상이한 정보 시스템 사이에서 서로 소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3)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 문서의 구조적인 형식과 내용 요소들이 컴퓨터가 식별할 수 있는 명시적 정보로 기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자문서 마크업 언어이다. W3C(World Wide Web Consortium)는  1998년 최초의 권장안을 제시하였으며,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개선안과 함께 다양한 응용 기술의 표준화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14) 메타데이터 레지스트리Mata Data Registry): 메타데이터의 등록과 인증을 통하여 그것의 명세와 의미를 공유하고 표준화된 메타데이터를 유지․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표준기구에서는 메타데이터 레지스트리’에서 데이터의 의미, 구문, 표현을 표준화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ISO/IEC 11179’로 제시하였다. 현재 여러 국가의 주요 프로젝트에서 메타데이터 레지스트리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으며, 메타데이터의 등록을 통해 각 프로젝트에서 원하는 데이터의 호환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5) 인문지식의 정보화를 위해 인문과학과 정보기술의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단계적 방안에 대해서는 졸고 「인문 콘텐츠를 위한 정보학 연구 추진 방향」(김현, 『인문콘텐츠 창간호』, 2003, 인문콘텐츠학회)에서 논급하였다.


16) 정부 부처에서 주관하는 정보화 사업 참여 기업의 고용 인력 구조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필자가 본 연구의 수행 과정에서 조사한 13개 회사(㈜동방라이텍, ㈜솔트웍스, ㈜누리미디어, ㈜나노DMS,  ㈜오픈에스이, ㈜파인시스템스, ㈜KINS, ㈜WIPS, ㈜유진데이터, ㈜ITC, ㈜북토피아, ㈜인크리션, ㈜지식발전소)의 고용 인력 구조는  회사의 업종, 현재 수행중인 사업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 인문 분야 정보화 사업에 참여하는 콘텐츠개발전문업체의 경우에는 정규 인력의 30%, 임시직 포함 80% 이상이 인문계 전공자였으며, 전자출판전문업체, 포털사업체는 정규 인력의 40%-60% 정도가 인문계 전공자로 분류되었다. 콘텐츠개발전문업체의 경우라도 WIPS의 경우와 같이 산업기술분야를 전문영역으로 하는 사업체는 고용 인력의 60% 이상이 대학에서 이공계 분과 과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30%가 정보기술 인력이었다. 어느 경우나 정보 콘텐츠 관련 사업의 인력 구성은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위주로 하고 있다.


17) 교육인적자원부 소속 기구인 국사편찬위원회의 상근직 인력은 대부분 한국사 전공 학위소지자들인데, 이 가운데 지식자원관리사업, 승정원일기정보화 사업, 역사용어 씨소러스 개발 사업 등 정보화 사업 전담 인력이 16명에 이른다. 이들이 담당하는 직무는 모두 한국사 분야의 전공 지식과 함께 정보 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18) 자료 출처: 한국전산원 지식자원관리팀


19) 자료 출처: 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원형사업팀


20) 필자와 면담한 인문계 출신 정보 사업 종사자의 반응이 이렇듯 두 종류로 나뉜 것은 인문정보에 대한 그들의 이해와 비전이 달랐기 때문이라기보다 상근직․임시직이라고 하는 직업의 안정성의 차이, 그리고 보수에 대한 만족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21) 정보검색포털 엠파스(www.empas.com) 운영 기업


22) 정보검색포털 네이버(www.naver.com) 운영 기업


23) NHN은 2004년 8월 전자책(e-book) 출판전문업체인 북토피아와 자본출자 및 연구개발비 지원의 방법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북토피아에서 제작한 약 60,000 종의 국내 출간 단행본 전자도서의 본문 데이터를 제공받아 ‘도서 본문 검색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24) 인문계 정보기술자들의 직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기술들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급 지식 관리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중간 훈련 과정으로 교육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5) 일본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원 석사과정이 고도의 전문직업인 양성을 중점 목표로 할 것을 정부 차원에서 권장해 오고 있다. 일본 문부성은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학원의 학칙 상에서도, ‘○○  등의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 등에 필요한 고도의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는 등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임을 대외적으로 분명하게 밝힐 것을 제안하였다. (日本文部省大學審議會編, 「21世紀の大學象と今後の改革方策に對して」, 1998, pp. 17-18 / 윤종혁, 「대학원 설치 기준에 관한 연구-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1999, 한국교육개발원)


26) ‘인문지식 기초 소양 과정’은 인문정보학 전공자가 인문지식의 범위와 깊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전문성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교육과정이다. 이러한 취지의 언어 및 인문지식 소양 과목은 현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국학 기초 소양 과목(영어, 한문 및 계열공통과목)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동대학원의 커리큘럼 일부를 그대로 차용하였다. 각 교과목의 교육 내용은 『한국학대학원요람 2004~2005』 pp. 24~26 에 소개되어 있다.  한국학대학원 이외의 대학원, 특히 인문지식 교육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는 정보기술교육 중심 대학원(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정보통신대학교 등)에서 인문정보학 관련 전공 과정을 개설할 경우에는  ‘인문지식 기초 소양 과정’을 한국학대학원에 위탁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27)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는 1967년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서 도입한 IBM 1401이었다. 같은 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전자계산실이 설치되면서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도입하는 컴퓨터의 기종 선정, 운영 기술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KIST 전자계산실은 1971년 ‘전산교육과정’을 설치하여 컴퓨터 도입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머을 배출하기 시작하였다.


28) 대부분의 종합대학교는 인문계 학과와 정보기술계 학과를 함께 운영하고 있으므로 양 분야의 기존 교수 인력을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겠으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과 같이 인문계 전공 과정만을 운영하는 대학원에서는 정보기술계 교수 요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는 ‘한국학대학원이 ‘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및 ‘한국정보통신대학교’ 등 정보기술 분야의 전문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특수 목적 대학원과  기관간 교류․협력 관계를 맺음으로써 ‘학생 교환’ 및 ‘학점 상호 인정’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29)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1894~1964): 미국의 수학자, MIT 교수. 1948년에 새로운 학문으로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인공지능학)를 제창, 동물과 기계에 있어서 제어와 통신을 통일적으로 취급하는 새로운 학문을 세우려고 하였다.


30) Norbert Wiener, Cybernetics: or Control and Communication in Animal and Machine (1965, The MIT Press) pp.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