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철학연구』90
문화콘텐츠, 정보기술 플랫폼, 그곳에서의 인문지식*1)
김 현(한국학중앙연구원)
【주제분류】문화콘텐츠학, 인문정보학, 문화철학 【주요어】정보기술 플랫폼, 문화콘텐츠 산업, 지식 연계 지도, 인문 지식 데이터 뱅크, 지식 연계 코디네이터 【요약문】 ‘문화콘텐츠’라는 용어의 핵심적 함의는 그것이 ‘디지털 정보 기술’이라는 플랫폼 상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미디어와 제작․유통 테크놀로지를 묶어서 지칭하는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콘텐츠’의 상대 개념이다. 문화가 콘텐츠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이 플랫폼의 존재 때문이다. 인문지식이 문화콘텐츠의 깊이를 더하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길은 인문지식이 정보 기술 플랫폼 상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그 자체가 문화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기술이 만들어낸 지식 소통의 플랫폼은 학술적인 지식과 문화적인 즐길거리가 서로 자유롭게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학술과 창작, 전문성과 대중성,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향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인문지식을 지식 소통의 플랫폼에 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플랫폼의 기술적 요건에 적응하는 것이다. 인문정보학은 정보 기술을 활용해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개방적인 정보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다. 두 번째 과제는 콘텐츠 이용자의 수요에 대응하는 과제이다. 문화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 자원과 인문학계에서 제공할 수 있는 지식 자원을 부품 대 부품의 형태로 매칭시키는 ‘지식 연계 지도’의 개발과 이 일의 수행 주체인 지식 연계 코디네이트의 양성을 두 번째 과제의 해법으로 제안한다. |
1. 왜 ‘문화콘텐츠’인가?
그것의 실체가 무엇이건 간에, 우리가 ‘문화콘텐츠’라고 불리우는 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하게 더 이상 그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문화콘텐츠를 두고 인문학의 힘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논의의 주제라면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그 영향력이 무엇인지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문화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거론되는 것들이 무언가 힘이 있고 중요하다는 의식이 확산된 배경에는 그것을 정책 과제의 키워드로 삼고 다방면의 육성 사업을 펼쳐 온 정부의 노력이 한 요인으로 존재한다. 다음은 2001년 당시의 문화관광부1)에서 문화콘텐츠 산업 정책의 청사진으로 제시한 「콘텐츠 비전 코리아 21」2)의 내용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Ⅰ. 계획수립의 배경 - 문화산업의 디지털화 가속 및 미디어 융합 등에 따라 콘텐츠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시장의 유연성에 대응한 정책지원시스템 재편 필요 “문화관광부가 중심이 되어 콘텐츠산업에 국운을 걸고 관련 시책을 추진” (2001.2.14 문화관광부 연두보고시 대통령 지시) “한정된 인적자원과 재원을 감안할 때 우리 민족의 문화적 창의력 등 지적 기반이 우수한 것이 경쟁의 핵심이므로, 문화관광부장관은 전략적으로 특히 중요한 CT와 콘텐츠산업 발전에 전력을 다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것” (2001.6.22 교육인적자원분야 장관 간담회시 대통령 말씀) Ⅱ. 문화콘텐츠산업의 동향과 전망 1. 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동향 - 세계적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 2. 문화콘텐츠와 CT(Culture Technology)의 부상 - 문화산업의 성장은 디지털 정보처리 기술의 응용을 통해 가속화 Culture Technology(CT) : 문화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기술 Ⅳ. 주요 추진과제 1.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법령 및 제도 정비 2. 문화콘텐츠 창작역량 확충 3. 산업발전 기반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4. 지식기반경제를 선도할 전문인력 양성 5. 전략적 마케팅으로 세계시장 진출 확대 |
이 문건에서 읽고자 하는 것은 정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방향보다는 몇 개의 키워드에 담긴 함의이다. 이 정책 자료는 문화산업이 ‘디지털 정보 처리 기술’과 밀접한 함수 관계에 있다고 하는 점을 천명하고,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향후의 ‘콘텐츠 산업’ 육성은 문광부가 주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슨 의미인가?
IMF 사태라고 불리는 1997년 금융위기의 수습 책임을 안고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미래 산업 육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회생시킨다는 정책을 펼쳤다. 그 미래 산업 중에서도 우선시된 것은 IT3), 정보기술산업이었고, IT 육성의 책임 부처는 현 정부가 들어설 때 간판을 내린 정보통신부였다. 1999년 정보통신부가 주도하여 입안․공표한 「사이버 코리아 21」4)은 범국가적인 정보화 시책으로서, 정보화를 통해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건설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가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한다는 구상이었다. 그 내용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과 전자정부 구현, 정보통신산업육성 등을 통해 2002년까지 지식기반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하고, 세계 10위권의 지식·정보화 선진국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이때 정통부의 주관심사는 PC의 보급이나 인터넷망의 확충, 정보의 생산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 등 정보기술 플랫폼에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정보화 사업의 실제의 효과는 플랫폼 쪽의 구비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 위에서 적정한 콘텐츠의 생산․유통․소비가 이루어져야지만 정보화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통부는 이 부분의 책임도 자임하고 나섰다. 정보통신부 사업의 수행 근거를 확보해 주는 「정보화촉진기본법」상에 콘텐츠 개발의 책임을 명문화 하였고,5) ‘지식정보자원’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재적 성격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을 촉진하는 법을 만들었으며,6) 「디지털콘텐츠 육성 및 보호법」의 입법을 추진하였다.7)
문광부 관계자들에게는 정통부의 이러한 행보가 자칫 문광부의 고유한 영역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비쳐진 듯하다. 플랫폼 위주의 IT 관련 산업에 정부 재원이 일방적으로 쏠리고 있는 것도 불균형적이라고 판단됐다. 문광부는 콘텐츠, 그중에서도 문화적으로 향유되는 콘텐츠가 정보기술 플랫폼의 발달을 촉진한다는 논리를 만들어내고 미래 산업의 올바른 육성을 위해서는 콘텐츠 쪽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콘텐츠 코리아 비전 21」에서는 “대용량 동영상 데이터 등 엔터테인먼트 데이터에 대한 수요의 급증이 광대역 통신망의 확산을 가속화”하였다고 강조하고, 이를 근거로 “디지털 문화콘텐츠에 대한 수요 확산이 IT 기술의 발전을 견인”하였다고 주장한다. 이 계획서에서는 또 “현재 디지털 콘텐츠 중 출판,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 등 문화콘텐츠가 70%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들어 디지털콘텐츠 산업에서의 문광부의 입지를 강화하는 논리를 폈다.
대통령으로부터 “문화관광부가 중심이 되어 콘텐츠산업에 국운을 걸고 관련 시책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얻어낸 문광부는 이에 관련된 일련의 시책을 추진할 전담 기관으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라는 새 기구를 설립하였다.8) 2002년에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개정하여 ‘디지털문화콘텐츠’ 관련 시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9)
정부 출연 기관의 신설 후에는 막대한 예산 투입이 뒤따른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추진한 여러 사업 가운데 하나가 ‘문화 원형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이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는 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해 한국의 전통 문화 유산 속에서 흥미로운 창작 소재를 발굴하고, 그것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여 문화콘텐츠 제작자들이 2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의 1단계 기간인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50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역사, 민속, 신화, 건축, 예술 분야의 디지털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 160개를 지원하였다.10) 문화 원형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창작 소재의 존재를 알리고 그것의 활용 가능성을 찾게 하는 도움을 주었다. 또 하나의 성과는 전공 분야의 지식에만 천착하던 대학의 인문 분야 연구자들이 이 사업 참여를 계기로 인문학의 산업적 응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11)
‘문화콘텐츠’의 육성이 우리나라 정부 부처의 주요 시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 일련의 과정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 본 나의 눈에는 ‘문화콘텐츠’라는 용어가 정책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비쳐졌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는 물론 정보기술 플랫폼 상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한다. 그리고 ‘문화’는 그것이 문화관광부의 소관 영역12)과 관련이 있음을 알리는 수식어이다.
물론 이 말에 담긴 정책적 함의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용어의 개념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화콘텐츠라는 말은 정부 시책의 키워드로 차용되기 전에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 사용되었었고, 최근 수 년 사이에는 그야말로 온갖 것에 ‘문화콘텐츠’라는 말을 갖다붙임으로 해서 이 용어의 의미를 종잡을 수 없게 되었다.13) 그렇지만 이 용어가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속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해갈 무엇’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그 영향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가늠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년 전, 정책 당국자와 그들의 자문에 응한 전문가들이 주목한 문화산업 분야의 새로운 추동력은 ‘디지털 미디어’였다.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해서, 문화상품을 담아내는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우리의 사회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음을 인식한 것이다. 전통적인 문화산업도 그 새로운 플랫폼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그 영향력에 편승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상품이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유통되고, 다양한 문화현상이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문화는 콘텐츠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왜 문화콘텐츠인가?’ 이 질문을 너무 성급하게 ‘왜 문화인가?’로 환원시키지 않도록 하자. ‘왜 콘텐츠인가?’ 이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래야지만 콘텐츠로서의 문화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것을 위한 인문학의 역할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2. 콘텐츠와 플랫폼
앞에서 정의 없이 사용한 개념들의 의미를 짚어 보기로 한다. 콘텐츠(contents, content)와 플랫폼(platform)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것이 플랫폼이며, 플랫폼에 실리는 것이 콘텐츠이다. 이러한 뜻으로는 미디어(media)라는 말이 플랫폼보다 더 일반화되어 있지만, 내가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콘텐츠의 생산․유통 환경을 포괄적으로 지목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술 용어로서의 플랫폼(platform)은 컴퓨터 상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 주는 기반이 되는 기술로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칭하는 말이다.14) 이해를 돕기 위해 도서 출판에 비유해 보겠다. 책의 내용은 콘텐트(content)라는 용어로 지목할 수 있다. 콘텐트를 담아낸 미디어(media)는 종이로 만든 물리적인 책자이다. 플랫폼(platform)은 여기에 더하여 그 책을 만드는 데 동원된 편집, 인쇄, 제본 기술을 함께 지칭하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는 필수적으로 그 정보의 생산, 가공, 유통에 관련된 고도의 테크놀로지를 수반한다. 그리고 이 테크놀로지에 의해 콘텐트에 새로운 가치가 부가된다. 미디어라는 말에도 이미 이 테크놀로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굳이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써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테크놀로지 - 정보기술에 의해 만들어지는 부가 가치를 소홀히 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콘텐츠’가 'content'인지 ‘contents'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넘치는 논의가 있었으므로15) 이 문제를 여기서 재론하지는 않겠다. 나 역시 이미 일반화된 ’콘텐츠‘라는 말을 그대로 쓰는 데 이의가 없다. 콘텐츠가 미디어나 플랫폼의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면 된다. 콘텐츠가 플랫폼의 상대 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플랫폼에 실리는 것을 전제로 콘텐츠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지, 그것이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다거나 플랫폼 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의 재료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플랫폼과 콘텐츠의 관계는 대등한 관계이며 결합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상보적인 관계이다.
“플랫폼에 실리지 않은 콘텐츠는 맹목적이며,
콘텐츠를 담지 않은 플랫폼은 공허하다.”16)
우리가 ‘문화콘텐츠’를 의미있게 보는 이유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성공적인 결합으로 우리의 문화적 추구가 유의미하게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산업 기반을 조성해 온 관계 법령에서 정의된 ‘문화콘텐츠’의 의미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자료 또는 정보"이다.17) 이 자료 또는 정보의 형태나 장르를 따지자면, 영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문화산업 분야의 모든 저작물이 다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영화, 음악, 게임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놔두고 굳이 콘텐츠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어떤 틀 속의 내용물로 존재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틀은 두말할 것 없이 정보기술과 정보통신 미디어이다. 문화적 요소를 가진 저작물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문화콘텐츠’를 화두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장르별 저작물이나 그 속에 담긴 무엇이 아니다. 그 저작물이 새로운 플랫폼의 콘텐츠가 됨으로써 새롭게 얻게 된 영향력, 그리고 그 영향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우리 문화의 변화상에 주목하는 것이다.18)
3. 콘텐츠로서의 인문지식
콘텐츠를 플랫폼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한국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문화콘텐츠의 플랫폼이 정보기술과 정보통신 미디어임을 전제한다고 해도 ‘콘텐츠’라는 말을 접하면서 떠올리는 대상은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음원 사업자는 대중음악, 모바일 서비스 프로바이더는 스마트폰 상에서 동작하는 게임 프로그램을 우선 연상할 것이다. 인문학자들이 생각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나는 우리의 인문학계가 ‘인문학적 지식’ 그 자체를 ‘콘텐츠’로 보기를 희망한다. 인문지식을 독립적이고 자족적인 것으로 두지 말고, 지식 소통의 플랫폼 속에 들어가 그것의 매개적 기능을 통해 다른 세계와 교섭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인문지식의 응용 범위를 너무 좁게 한정하는 사고에서도 탈피할 것을 전제한다. 인문학적 지식이 영화나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콘텐츠의 이야기 자원(story)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러한 대중적 콘텐츠를 인문학적 지식의 플랫폼으로 보려는 시각이 있는 듯하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관계가 상대적이니 그러한 관계 설정도 가능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지식의 플랫폼 - 디지털 기반의 정보 통신 플랫폼은 엔터테인먼트적 콘텐츠와 지식 콘텐츠가 종속적 관계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대등하게 교섭하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보다 넓은 무대이다.
KBS2 TV에서 2010년 초에 방영한 24부작 드라마 추노(推奴)19)는 35.9%라는 경이적인 시청율을 기록한 이른바 ‘성공한 드라마다’이다. 이 드라마의 초반 2회를 시청한 나의 심경은 매우 착잡했다. 작품 속의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역사적 사실에서 실마리를 얻은 것이다. 제작진이 치열하게 조선시대 역사를 공부하고 만든 작품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극의 흥미를 위해 바꾸고 과장하여 결과적으로 사실에 그대로 부합하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되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역동성을 한껏 배가시킨 촬영 기술, 흥미로운 줄거리.... ‘시청율 대박’이 예감되면서, 대중적 역사극으로서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안겨 줄 혼란스러움이 작지 않겠다고 느껴졌다. 나는 연구소의 역사 전공 연구원들을 소집했고, 1차 사료와 학계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드라마 속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는 웹 페이지를 제작하게 하였다.20) 드라마의 시청율이 치솟으면서 이 부가 서비스의 조회수가 오르고 언론의 관심도 모아졌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기발한 착상을 해냈다. 드라마속 역사적 내용에 대해 ‘사실’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서비스에 나섰다. 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첫 주제로 포착한 ‘추노, 그 이야기속의 사실과 허구’는 조회수가 무려 1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관련 코너에는 ‘추노꾼이 정말 존재했을까’ ‘노비, 어떻게 도망가고 어떻게 잡혀왔을까’ ‘소현세자는 독살되었을까’ 등 11개 질문을 설정해 인문학자들의 답변과 관련 근거를 자세히 곁들이고 있다. 예컨대 드라마 추노에서 인생 역전에 성공한 대목이 나온다. 대길의 집안에서 노비로 살아가던 큰놈이(조재완)와 언년이(이다해)가 주인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칠 때 훔친 돈으로 행상을 시작해 어엿한 장사치로서 제법 풍족한 가정을 꾸린다. 이를 조선 영조때 실존인물 ‘엄택주’의 사례를 들어 뒷받침하고, ‘조선왕조실록’과 ‘국조문과방목’을 근거문헌으로 제시했다. 21)
‘추노, 그 이야기 속의 사실과 허구’의 조회수는 20만 건을 넘어섰고, 같은 방식의 후속 작업, MBC 드라마 ‘동이’22)에 대한 ‘사실과 허구’ 서비스는 68만여 건의 조회수23)를 기록하고 있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것은 ‘기발한 착상’의 성과를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적인 학술 정보 서비스에 수십만 건의 조회가 이루어지게 한 지식 소통 시스템의 실체에 주목해 보자는 것이다. 추노, 동이의 사실과 허구 서비스는 『추쇄도감의궤(推刷都監儀軌)』나 『여관제도연혁(女官制度沿革)』 등 그 방면의 전공자가 아니면 평생 들어도 보지 못할 사료를 소개하고 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 것은 1차로 대대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한 드라마 덕이지만, 그것만이 충분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10대에서부터 30대 사이의 한국인 99%가 인터넷 이용자이다.24)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프라인(offline)이나 온에어(onair) 상의 콘텐츠를 접하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곧장 인터넷에 접속된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린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TM는 드라마 제목을 키워드로 하는 검색 요구가 들어올 때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사실과 허구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매개적 역할을 하였다.
드라마 추노와 동이가 온에어 네트워크를 플랫폼으로 하는 콘텐츠라면, 한중연의 ‘사실과 허구’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상의 콘텐츠이다. 나는 ‘추노’와 ‘동이’만을 가지고 문화콘텐츠라고 하기보다는 ‘사실과 허구’, 그리고 이것에 링크된 수많은 역사 지식 정보 또한 문화콘텐츠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드라마를 보고 즐기다가 생긴 호기심에서 관련된 지식을 찾고 그 지식에서 새로운 만족을 얻는다면 이것은 굳이 분절할 필요가 없는 일련의 문화적 향유이다.
그 연계성을 만들어낸 문화콘텐츠의 플랫폼 - 인터넷은 소비적 측면에서만 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과 허구 서비스를 취재하던 기자는 기사 하나 하나가 수많은 근거 자료에 링크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렇게 몇 바퀴 돌면 우리나라 사극의 수준이 어마어마해지겠군요.” 창작의 소재에 학술적 지식이 더해지고, 새로운 창작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참조되는 선순환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보기술 플랫폼을 매개로 한 학술과 창작의 선순환은 더디지만 이미 시작되었다. 최근 수년간 인기있는 사극이 만들어졌던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가운데 소재의 발굴이 용이해져서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작가들은 기획단계에서 전문학자들의 자문을 받기 전에 자력으로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을 훑어보고 이야기거리를 찾는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거질의 자료도 마음대로 탐색할 수 있게 한 인터넷은 이들에게 이미 필수불가결한 창작의 도구가 되었다.25)
4. 문화콘텐츠를 고양시키는 인문학의 힘
문화콘텐츠의 깊이를 더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인문학은 어떠한 힘을 발휘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인문지식이 곧 문화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라고 하는 것을 흥미 위주의 대중문화상품으로 한정하는 시각에서 본다면 이 답변은 의미가 없다. 오늘날의 정보기술이 만들어낸 지식 소통의 플랫폼은 학술적인 지식과 문화적인 즐길거리가 서로 자유롭게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과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다가 관련된 지식을 찾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그 내용의 한 장면을 스펙타클한 동영상으로 관람하기도 한다. 학술과 창작, 전문성과 대중성,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향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문화란 문화공동체인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화해 가는 것이다. 어느 사회의 문화 수준이 저급한데, 거기에서 고급스런 문화콘텐츠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 인터넷, 모바일, IPTV 등 오늘날의 지식․문화 유통 플랫폼은 이미 지식과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지고, 지식이 곧 문화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그같은 어울림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나홀로 비행을 하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인문지식’을 지식 소통의 플랫폼 상에 연착륙시키는 일이다.
인문지식을 지식 소통의 플랫폼 상의 콘텐츠로 만들어서 얻게 되는 성과는 무엇인가? 일차로, 인문지식이 곧 소비재로서의 문화콘텐츠의 일부가 되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지식 수준(=문화적 안목)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보다 진보한 문화콘텐츠의 수요를 촉진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의 기대 효과는 생산재로서의 기능이다. 콘텐츠화 된 인문지식은 정보통신 플랫폼 상에서 2차적인 응용 콘텐츠 제작의 부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 마치 레고 블럭을 조립하여 중세의 성도 짓고, 우주 정류장도 만들듯이, 대중의 문화 코드를 읽는 데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이들이 전문적인 인문지식의 쇼핑몰에서 마음대로 창작의 소재를 찾아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따져 보아야 할 것은 ‘인문지식을 지식 소통의 플랫폼에 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두 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플랫폼의 기술적 요건에 따르는 과제이며, 다른 하나는 콘텐츠 이용자의 수요에 대응하는 과제이다.
5. 인문정보학
첫 번째 과제는 ‘플랫폼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인문지식을 프렛폼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도록 가공하여, 인문지식이 플랫폼 상에서 최대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정보 기술 플랫폼은 콘텐츠의 부가 가치를 다방면으로 증대시켜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마법사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통적인 미디어에 못미치는 제약과 한계도 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장한 남녀가 화목하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친화의 과정이 필요하듯이 인문지식과 정보기술은 서로를 배우고 자신을 상대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노력은 누가 해야 하는가? 인문지식의 콘텐츠화를 추구하는 인문 분야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개방적인 정보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인문정보학’이라고 이름 짓고 이에 관한 일련의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26) 인문정보학은 인문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인문학자의 도움 없이 그 지식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보 기술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다. 인문지식과 정보기술, 상호 이해를 필요로 하는 두 분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인문 지식의 사회적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그것의 활발한 응용을 촉진함으로써, 인문학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실용적인 학문이 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 이 연구의 지향점이다.27)
인문지식의 콘텐츠화를 위해 인문정보학은 불가결한 요소이기는 하나, 많은 수의 인문학자들이 꼭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성격 자체가 도구적 학문이므로, 누군가가 편리한 도구를 만들어 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그것을 이용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인문지식의 콘텐츠화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그 도구를 쓰고 안쓰고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아는 정도의 인식은 공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6. 인문지식 데이터뱅크와 지식 연계 코디네이터
두 번째 과제인 ‘콘텐츠 수요자의 요구에 대응함’은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문화콘텐츠’는 플랫폼 상에 존재한다는 위상과 함께 그 플랫폼의 매개를 통해 수요자와 만난다는 속성을 지닌다. 최종소비건, 2차적 활용이건 수요자에게 쓸모있게 다가가야지 ‘문화콘텐츠’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 연구 그 자체가 대중적 관심사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의 학술 연구와 대중들의 지적 호기심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술적 엄밀성의 추구는 분과 학문별로 고유한 연구 프레임워크를 만들게 한다. 그 틀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 주제를 찾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다 보면 사회적 관심사와는 다소 동떨어진 ‘학술적 관심사’가 추구되기 마련이다. 양자를 만나게 할 방법은 없는가?
인문학자들의 관심사와 대중들(=문화콘텐츠 창작자들)의 관심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면 이 문제의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양자가 불합치하는 원인의 일정 부분이 공급과 수요의 형태가 불일치하는 데 있다고 본다. 여기에서는 해결 방법이 찾아질 수 있다.
다음은 이러한 가설을 예시로서 설명하는 그림이다.
문화산업계의 최종 소비자와 무엇이 그들에게 어필할지를 아는 문화콘텐츠 제작자들이 얻고자 하는 지식의 많은 부분이 학술 연구의 이곳 저곳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뚫기 힘든 벽이 놓이게 된 것은 분과 학문의 여러 영역으로 그 지식이 나뉘고, 각각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로만 설명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이러한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인문지식의 창조적 응용을 위한 학술-산업 소통 기반 구축」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안하였다. 이 사업의 요지는 인문지식의 공급과 수요 사이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인문지식 데이터 뱅크’라고 이름한 이 장치의 역할은 문화산업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 자원(수요 자원)과 인문학계에서 제공할 수 있는 지식(공급 자원)을 부품 대 부품의 형태로 매칭시키는 ‘지식 연계 지도’ 기능의 수행이다.
인문지식 데이터뱅크 구축은 단순히 인문학 분야의 학술 자원들을 정보 시스템 상에 적재하는 일이 아니다. 이 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기존의 인문지식 자원을 수요자 중심 관점에서 새롭게 편성하고, 적정한 안내 정보를 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지식 연계 코디네이터’ 그룹의 양성과 활용이다.28)
여기서 말하는 지식 연계 코디네이터란 인문학 분야의 원천 지식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를 기반으로, 문화산업 분야의 수요에 답할 수 있는 지식 자원을 조사, 분석, 정리하여 2차적 응용을 위한 생산 부품으로 만드는 연구․개발 인력을 말한다. 인문지식을 부품화 한다는 말에 혹자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품화’는 분과 학문의 영역 구분으로 이미 조각난 지식을 창작의 세계에서 다시 종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적 부품화이다.
인문지식이 문화콘텐츠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부품으로 조각나야 하고, 그 부품은 인문학자들보다 훨씬 ‘대중적’인 사고를 가진 ‘성격이 다른 전문가’들에 의해 조립되어야 한다. 문화콘텐츠가 재현해 내고 싶어하는 인간사회의 장면, 장면은 한국연구재단의 학문 분류표대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 연계 코디네이터는 인문․예술․기술 분야의 준전문가29)를 대상으로 하는 다학문적 집중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인문 분야 인력으로 하여금 창작 및 정보기술 분야의 고급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등 다학문적 지식 기반을 형성하게 하고, 인문․예술․기술 등 다양한 분과 학문 배경을 가진 피교육생을 프로젝트 팀 조직으로 묶어서 각자의 배경 지식 및 경험을 공동의 성과물로 결집하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30)
7. 인문학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기여할 방향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대학의 인문계 학과 일부가 철학, 역사, 문학과 같은 전통적인 분과학문 이름 대신 ‘문화콘텐츠’ 또는 그와 관련된 이름으로 간판을 바꾸어 다는 현상이 발생했다. 인문 교육의 한 영역에서 전통적인 인문학적 지식을 실용성 있는 문화상품의 생산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의도와 노력은 충분히 인정되고 존중될 필요가 있다.
양질의 문화콘텐츠 속에 녹아 있는 지식, 사상, 정서는 제작자의 온전한 창조물이 아니며 우리 사회에의 여러 곳에 온축되어 있는 소재들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낸 것이다. 문화콘텐츠의 원천 자원이 되는 지식 소재 중에는 인문학적 연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경우가 적지 않으며, 학술 연구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발굴된 소재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창작 능력의 상당 부분은 인문학적 교육을 통해 배양된 것이다. 인문학이 문화콘텐츠에 대해 연고권을 주장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대학의 인문교육이 상업적 콘텐츠에 너무 성급하게 다가서는 것은 인문학의 미래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영화, 드라마, 게임, 에니메이션, 모바일 콘텐츠 등의 문화상품은 기획에서부터 제작 유통의 전단계에 걸쳐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닌 자본의 결합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인문학적 지식이 문화상품의 지적 소재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충분히 인정받을 사실이지만, 인문학 연구자의 역량만을 가지고 성공적인 문화상품 제작의 길을 열어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다시 말해, 영화 제작과 관련된 지식(그것이 기획이든, 제작이든, 유통이든)은 이미 그 방면의 노하우가 축적된 곳에서 배우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고, 모바일 콘텐츠의 제작 역시 모바일 기술을 자유롭게 다루는 곳에서 현실적인 인력 양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너무도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인문학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인문학적 지식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문학 연구자들이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작가의 자문에 응하다 보면 그들이 잘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알려 줄 것이 부족해서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중적 문화콘텐츠는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그들의 지적 호기심이 닿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루려 한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나날이 진화하는데, 연구자들이 줄 수 있는 답안지에는 아직도 빈 구석이 수두룩하다. 우리의 연구 주제를 다양하게 하고 그 하나 하나에 깊이를 더하는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대중적 콘텐츠의 질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그 다음 과제는 거기서 생산된 지식이 문화산업의 현장에서 쉽게 취득될 수 있도록 지식 소통의 플랫폼에 탑재하는 노력이다. 우리가 현대 사회를 정보화 사회라고 부르는 이유는 정보통신 플랫폼의 매개적 기능에 힘입어 지식의 소통 및 응용, 피드백의 속도가 현저하게 빨라지고, 그 순환 속에서 폭발적인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문지식은 정보화의 플랫폼에 실림으로써 그 응용의 세계에 더욱 빨리, 더욱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콘텐츠로서의 인문 지식은 우리가 다루어온 학술과 별개의 것이 아니다. 분과 학문의 벽 속에서 전공자의 전유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의 비전공자들도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범사회적인 지식 소통의 플랫폼 속에 자리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참고문헌
김 현 (2007): “The Korean Wave, Culture Content, and Cultural Informatics”, 『인문콘텐츠』 10, 인문콘텐츠학회
______ (2003): 「인문 콘텐츠를 위한 정보학 연구 추진 방향」, 『인문콘텐츠』 1, 인문콘텐츠학회
______ (2002): 「디지털 정보 시대의 인문학」, 『오늘의 동양사상』 7, 예문동양사상연구원
______ (2001): 「인문정보학에 관한 구상」, 『民族文化硏究』 35,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박상천 (2007):「문화콘텐츠 개념 정립을 위한 시론」, 『한국언어문화』 33, 한국언어문학회
옥성수 (2008):「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의 총가치 추정」, 『인문콘텐츠』 13, 인문콘텐츠학회
이기상 (2009):「왜 문화콘텐츠인가, 문화다원주의 시대 인간의 삶」, 『콘텐츠와 문화철학』, 북코리아.
문화관광부 (2001): 「콘텐츠 코리아 비전 21」-문화콘텐츠산업 발전 추진계획-, 문화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 (2009): 『2009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자료센터 (2010): 「사실과 허구」, http://www.kostma.net
UNESCO (2005):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the Diversity of Cultural Expressions 2005, http://portal.unesco.org
<Abstract>
Cultural Contents, ICT Platform, and Humanities Knowledge
Hyeon Kim
The critical concept of 'cultural contents' is that the content is created and distributed on the platform of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ICT]. 'Platform', which refers to media with the technology of production and distribution, is a counter-concept to the 'content'. It is due to the emergence of this platform that culture has earned the name content.
The existing humanities knowledge can add depth and value to the cultural contents when it is successfully incorporated into the ICT platform, the humanities knowledge itself playing the role of the cultural contents.
The platform of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enabled academic knowledge and cultural amusements to meet and have great influence on each other. This signifies a new type of cultural amusement, unrestricted by the traditional division between academics and creativity, professionals and the masses, reality and fiction.
In order to successfully incorporate the humanities knowledge into the information & communication platform, two types of efforts are needed. The first is adaptation to the technological requirements of the platform. Cultural informatics is a field of study that seeks an effective way to apply diverse humanities knowledges to the open information system using information technology.
The second task is corresponding to the demands of cultural content users. For this end, I suggest the development of 'knowledge linkage map' through which the knowledge demand from cultural industry and the available knowledge sources from the humanities studies can be matched. I also suggest the training of knowledge linkage coordinators to carry out such task.
Main Scope: Cultural Contents, Cultural Informatics, Cultural Philosophy
Keyword: ICT Platform, Creative Industry, Knowledge Linkage Map, Databank on Humanities Knowledge, Knowledge Linkage Coordinator
* 이 논문은 2010년 철학연구회 춘계 학술대회(2010. 6. 5)에서 발표한 글을 보완한 것이다. 이 대회는 “문화콘텐츠 시대의 철학과 인문학의 힘”을 주제로 하였으며, 이 글은 “기술, 문화콘텐츠, 문화철학” 부문의 논문으로 기획되었다.
1) 2008년 2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정보통신부 일부 및 국정홍보처와 통합하여 문화체육관광부로 개편
2) 문화관광부 (2001): 「콘텐츠 코리아 비전 21」-문화콘텐츠산업 발전 추진계획-, 문화관광부
3)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어. 정보의 생산과 획득, 가공 처리 및 응용에 관한 기술
4) 지식기반 국가건설을 표방한 정보화 정책. 정보화를 통해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건설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가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다음과 같은 세부 과제를 추진하였다.
- 정보통신망의 고속화·고도화
- 인터넷시대에 적합한 개방형 표준을 개발·보급하고, 인터넷 이용환경을 개선하여 국가지식정보자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활용.
- 2001년까지 인터넷 사용자를 1천만 명 이상으로 확대. 1인 1 PC 환경을 구현.
-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에 맞는 법·제도·환경정비
- 안전한 정보 이용 체계와 건전한 정보문화 구현
5) 정보화촉진기본법은 1995년에 제정. 다음 조문은 1999년 1월 이 법의 1차 개정시에 신설되었다. “第16條의3(情報通信應用서비스 이용등의 活性化) 政府는 인터넷·遠隔情報通信서비스 및 電子去來등 情報通信網을 活用한 應用서비스의 이용을 활성화하고 우수한 情報內容物의 開發을 촉진하기 위한 施策을 강구하여야 한다.[본조신설 1999.1.21].” 정보화촉진기본법은 2009년 5월 국가정보화기본법으로 개정되었으며, 이 때 위 조문 쓰인 ‘情報內容物’은 ‘콘텐츠’라는 말로 대체되었다.
6) 2000년 1월 제정. 이 법의 2조 1항에서 ‘지식정보자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知識情報資源"이라 함은 國家的으로 보존 및 이용가치가 있고 學術·文化 또는 科學技術 등에 관한 디지털화된 資料 또는 디지털화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資料를 말한다.” 이법은 2009년 5월 국가정보화기본법에 흡수되었다.
7) 이 법안은 문화관광부의 반대로 입법화되지 못했다. (문화·정통부 또 ‘한판’, 『서울신문』, 2000. 11. 24 참조)
8) 2001년 8월 설립. 2009년 5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과 통합하여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개편되었다.
9) 1999년 2월 제정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2002월 1월 전면 개정되었다. 개정 법에서 이 법에 사용된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1. "문화산업"이라 함은 문화상품의 개발·제작·생산·유통·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으로서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것을 포함한다.
사. 디지털문화콘텐츠의 수집·가공·개발·제작·생산·저장·검색·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
2. "문화상품"이라 함은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무형의 재화(문화관련 콘텐츠 및 디지털문화콘텐츠를 포함한다)와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를 말한다.
3. "콘텐츠"라 함은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한다.
4. "디지털콘텐츠"라 함은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한 것을 말한다.
5. "디지털문화콘텐츠"라 함은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콘텐츠를 말한다.
6. "멀티미디어콘텐츠"라 함은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과 관련된 미디어를 유기적으로 복합시켜 새로운 표현 및 저장기능을 갖게 한 콘텐츠를 말한다.
※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제정 이후 10년 동안 22차에 걸쳐 개정되었다. 이 법 상에서 변천해 온 문화콘텐츠 관련 용어의 함의에 대해서는 박상천 교수가 다음의 논문에서 상세하게 논급하였다. 박상천 (2007): 「문화콘텐츠 개념 정립을 위한 시론」, 『한국언어문화』 33, 한국언어문학회
10) 옥성수 (2008): 「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의 총가치 추정」,『인문콘텐츠』 13, 인문콘텐츠학회
11) 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은 여러 대학에서 문화 콘텐츠 관련 과정을 개설하고 인문 지식의 산업적 응용 방안을 모색하는 교육을 시행토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12) 영화, 음반․비디오물․게임물, 출판·인쇄물·정기간행물, 방송영상물, 문화재, 캐릭터·애니메이션·디자인·광고·공연·미술품·공예품, 전통의상·식품 등 (문화산업진흥기본법-2002. 1. 개정- 참조)
13) ‘문화콘텐츠’라는 용어가 미디어 또는 플랫폼과의 관계성에서 벗어나 무분별하게 남용된 배경에 대해서는 박상천 (2007), 181-190 ‘2.1 용어 사용의 혼란 양상과 그 배경’ 참조.
14) “The basic technology of a computer system's hardware and software, defining how a computer is operated and determining what other kinds of software can be used.” (The American Heritage® Science Dictionary, 2005, Houghton Mifflin Company)
플렛폼이라는 말이 도입되기 전에 컴퓨팅 시스템의 구성 요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컴퓨터 그 자체보다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나 그것을 통해 유통되는 데이터의 의미가 커지면서 그 운용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는 플렛폼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어서 지목하게 되었다.
15) 이기상 (2009): 『콘텐츠와 문화철학』, 북코리아, 48; 박상천 (2007), 183-184 등
16) 이 패러디를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문화콘텐츠를 이야기하면서 플랫폼을 고려하지 않는 우를 피하자는 것이다. 여기 누군가가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수 천 페이지 분량의 원고가 있다고 하자. 그것이 앞으로 누구에게 제공되어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원고로만 남아 있다면 그것은 맹목적이다. 반면 훌륭한 가공 장치와 효과적인 유통 시스템이 있어도 거기에 실릴 내용물이 없다면 그것은 공허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17) 문화산업진흥기본법(2006. 4. 개정) 제2조(정의)
3. "콘텐츠"라 함은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한다.
3의2. "문화콘텐츠"라 함은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콘텐츠를 말한다.
18) 2005년 유네스코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 문안(UNESCO (2005):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the Diversity of Cultural Expressions 2005, http://portal.unesco.org)을 공표하였다. 이 문안 속에 'Cultural Content'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 문건에서 정의하는 관련 용어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 Cultural content: refers to the symbolic meaning, artistic dimension and cultural values that originate from or express cultural identities.
- Cultural expressions: are those expressions that result from the creativity of individuals, groups and societies, and that have cultural content.
여기서 언급된 'Cultural Content'를 문화콘텐츠로 번역하고, 그것을 이것을 우리가 말하는 ‘문화콘텐츠’의 ‘철학적’ 함의로 원용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철학연구회, 「2010 춘계 학술대회 기획서」 등) 하지만 이것은 앞에서 살핀 한국의 문화콘텐츠와는 별개의 용어이다. 문맥상 이 용어는 그 아래에서 설명하는 '문화적 표현'(Cultural Expression)에 담긴 내용을 뜻한다. 유네스코가 관심을 갖는 문화 다양성은 다양한 문화적 표현으로 드러나고, 그 문화적 표현의 내면에는 그 표현 주체(개인, 그룹,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에 기인하는(그래서 그것을 드러내는) 상징적 의미, 예술적 영역, 문화적 가치가 그 내용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라는 말을 가지고 문화 다양성을 표출하는 행위나 작품 속에 담긴 무형의 내용을 지칭할 수도 있고, 디지털 미디어라는 플랫폼 속에 담겨서 유통되는 문화적 저작물을 가리킬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이야기 할 때 전자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성찰과 이론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9) KBS2, 2010. 1. 6~3. 25(총 24부작),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연출 곽정환, 극본 천성일
20)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자료센터 (2010): 「사실과 허구」, http://www.kostma.net
21) 문화일보 2010. 3. 17, 「오후여담」
22) MBC. 2010. 3. 22~, 제작사 리더스콘텐츠컴패니, 연출 이병훈, 김상협, 극본 김이영
23)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자료센터 (2010), 2010년 7월 15일자 조회기록
24) 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 (2009): 『2009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24. 여기서 말하는 인터넷 이용자는 조사일로부터 ‘최근 1개월 이내에 1회 이상 유선 또는 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자’(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 (2009), 19)
25) 김현 (2007): “The Korean Wave, Culture Content, and Cultural Informatics”, 『인문콘텐츠』 10, 인문콘텐츠학회 113-114
26) ‘인문정보학’이라는 이름으로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주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대부분 정보과학 분야 연구에서 차용해 온 것이지만, 그것을 인문 지식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세부적인 문제로부터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인문지식을 콘텐츠화 하는 기술적 방법을 정립해 나아가고 있다.
① 인문 분야의 지식 자원에 기계적 가독성을 부여하는 위한 전자 텍스트 마크업(Mark-up) 체계 개발
② 기계가독적(Machine Readable) 지식 요소를 기반으로 관련 지식의 상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 구현 기술
③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내용적 의미 맥락을 표준화된 전자 정보로 기술하여 그것의 검색과 연계 활용을 가능케 하는 하이퍼미디어(Hyper-Media) 구현 기술
④ 인문지식 자원의 표준적인 메타 데이터(Meta Data) 형식 개발 및 관련 정보의 공유 기반을 제공하는 데이터 레지스트리(Data Registry)의 구축 기술
⑤ 특정 영역의 인문지식에서 쓰이는 기본 개념 및 개념들간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지식 자원의 기계적 소통을 도모하는 온톨로지(Ontology) 관련 기술
27) 김현 (2007), 115-120
28) 지식 연계 코디네이터의 역할
① 인문학의 분야별 연구 동향 및 문화산업계의 요구 분석을 통한 주제 발굴
② 인문학 연구 성과 데이터 분석, 소재 자원 발굴, 안내 정보의 생산
③ 각 분야에서 추출한 주제들에 대해 수요 중심의 관계망 설정
29) 인문․예술․기술 분야의 준전문가: 전통 인문학 분야에서 일정 수준(박사 학위 취득에 준하는 학력․경력 보유)의 전문지식을 습득한 자, 창작 및 공연예술 분야의 전문 교육을 받았거나 실무 경험을 보유한 자, 정보기술 분야의 전문 지식을 보유한 자 등으로 자기 전공 지식의 학제적 응용 능력 계발을 통해 문화산업 분야의 R&D 주축이 되고자 하는 인재
30)「인문지식의 창조적 응용을 위한 학술-산업 소통 기반 구축」 프로젝트는 아직 아이디어의 개진 단계이므로 향후 인문학계와 문화산업계의 검증과 자문을 거쳐 보다 현실성 있는 계획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