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문학의 세계는 이론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면 되는 대상이 아니다.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과 씨름하는 가운데 유용한 지식을 찾아가는 실천적인 노력이 전제될 때에만 그 세계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가 당장 그 과실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미래의 인문학을 이끌어갈 우리의 후학들이 미래의 인문학이 요구하는 연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 더 중요한 과제이다. 필자는, 미래 세대를 위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소통과 협업에 의한 인문학 지식 탐구의 방법을 알려 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관점을 세우고, 다음과 같은 단계적 수행 절차를 제안하였다. 그 첫 번째는 ‘서버’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그들의 저작물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위키’와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협업 가능한 데이터를 만드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데이터가 인간이 읽는 글의 형식을 취하겠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는 컴퓨터도 읽을 수 있는 명시적 데이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컴퓨터가 우리 지식의 외연을 넓히고 엄밀성을 강화하는 협업의 동반자가 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일들이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교육 과제이다.
우리가 한문학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이유는 그것이 “한문 기록으로 남은 과거의 데이터 속에서 우리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유의미한 사실과 관계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문화 세계를 통시적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디지털 시대’로 언급되는 21세기의 지식 사회에서 우리의 한문학 교육과 연구의 방법이 새롭게 추구해 할 길을 모색였다.
다산 정약용의 방대한 저작을 연구자원으로 삼는 연구는 이제 다산 저작의 텍스트만을 보는 단계를 넘어서서 그 저작 속의 문장, 어휘 하나하나가 전통적인 경학의 어느 부분에 어떠한 문맥으로 닿아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그와 같은 미시적인 분석이 부분적인 파편으로 고립되지 않고 다른 분석 결과와 종합되어 그 전체적인 의미를 보일 수 있게 해야 하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 유학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다산의 학문이 어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 연구는 다산 및 그 문하 제자들의 저작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 연구를 수행 할 수 있는 전자적인 연구 환경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산학파의 저작물의 텍스트와 그 사상의 원천이 되는 동양 고전 텍스트 사이의 문맥(context)을 기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다산학 텍스트 온톨로지'로 정리한다. '다산학 텍스트 온톨로지'는 후속 연구 사업에서 추진할 예정인 '다산학 텍스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정보화 전략 및 데이터베이스 기본 설계로 활용될 수 있다.